구글 최대 8.4조원 벌금 물수도…비즈니스모델에 타격
유럽연합(EU)이 미국 인터넷기업 구글에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로 인해 미국 IT기업들에 불균형적인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가 밝힌 구글의 반독점 위반 행위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구글 검색바와 크롬을 기본설정으로 설치하도록 요구해 독점적 지위를 키웠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안드로이드 포크(Android forks)'를 기반으로 한 어플리케이션 사용을 막았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포크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자체 운영체제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EU는 구글이 스마트폰에 구글검색만 사전설치하는 조건으로 제조업체 및 이통통신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구글이 인터넷검색시장에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소비자들이 어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불공정하게 제한해 경쟁업체들의 혁신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번 EU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연매출의 최대 10%가 벌금으로 책정될 수 있다. 작년 연매출 745억달러(약 84조6171억원)를 기준으로 하면 약 74억5000만달러(약 8조4535억원)를 내놔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가 지금까지 부과했던 벌금 중 최대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EU와 약 10년 넘게 분쟁을 벌인 끝에 약 25억달러(약 2조8367억원)의 벌금을 지불한 바 있다.
반독점 여부를 둘러싼 EU와 구글의 갈등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호아킨 알무니아 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체제 하에서 반독점과 관련해 여러 차례 타협한이 제시됐지만 결국 모두 무산됐다. 재작년 11월 베스타거 집행위원이 새롭게 취임한 이후 구글 반독점 조사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구글을 대하는 EU의 태도는 북미지역과 명백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불과 하루 전 캐나다 경쟁관리국은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종결했다. 구글 검색엔진 사전설치가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쟁관리국은 "소비자가 원하면 데스크탑이나 모바일기기의 기본 검색엔진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 2013년 구글이 반독점 위반 혐의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반면 EU는 단호한 입장이다. 구글의 지배력이 유럽 기업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는 작년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약 80%의 이상을 차지했다. 그만큼 인터넷 검색시장에서도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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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럽의 경우 구글은 독점과 다름없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스페인, 이탈리아의 구글 검색엔진 사용 비중은 95%로 나타났다. 프랑스, 영국은 각각 94%, 93%였으며 영국 역시 구글 검색이 89%에 달한다.
구글측은 EU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켄트 워커 구글 법률자문은 "안드로이드는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벌금이 부과될 경우 구글의 비즈니스모델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검색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으로 광고 및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번 결정에 대해 1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FT는 이번 제재로 인해 EU가 미국 IT기업들을 목표로 삼아 불균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구글 외에 애플과 아마존, 퀄컴 등의 반독점 및 탈세 혐의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