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 오클라호마 벌판서 퍼올리는 '무자원 산유국'의 꿈

[르포]美 오클라호마 벌판서 퍼올리는 '무자원 산유국'의 꿈

털사(미국)=송정렬 특파원
2017.11.12 16:26

미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셰일오일 생산광고…서울 38% 넓이에서 하루 2700배럴 퍼올려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에서 펌핑유닛(일명 메뚜기)이 지하 1.6km 아래에서 셰일오일을 뽑아내고 있는 모습.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에서 펌핑유닛(일명 메뚜기)이 지하 1.6km 아래에서 셰일오일을 뽑아내고 있는 모습.

미국 중남부에 있는 오클라호마주의 북동부 중심도시이며 세계적인 석유도시인 털사(Tulsa). 관문인 털사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을 달리면 주변 사방으로 끝없이 지평선이 펼쳐지는 그랜트·가필드카운티가 나타난다. 옥수수, 마일로 등 농작물 추수가 끝나 더 광활해 보이는 이곳에서 외부인을 반겨주는 것은 묵묵히 지하 1.6km 아래에 있는 셰일오일과 가스를 뽑아 올리는 펌핑유닛(Pumping Unit, 일명 메뚜기)의 고갯짓이다.

허허벌판에 나 홀로 섬처럼 자리 잡은 두 동의 임시 건물 앞에 낯익은 기업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인다. 올해로 석유개발사업에 뛰어든 지 35년째인 SK이노베이션이 ‘무자원 산유국’ 실현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고 있는 현장이다.

SK이노베이션이 이곳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의 지분 75%를 사들인 것은 지난 2014년 6월. 전체 넓이는 186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의 38%에 해당한다. 현재 108개의 유정에서 하루 2700 배럴(boe, 셰일오일과 같이 생산되는 셰일가스량을 원유배럴로 환산해 포함한 석유환산배럴)의 셰일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석유개발사업의 허브인 미국을 비롯해 해외 자원광구에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지하 1.6km에서 뽑아 올리는 셰일오일…수평시추 등 첨단 비전통적 석유개발기술 활용

지난 9월 시추를 마친 ‘O’QUIN 3-10WH’ 유정에서는 하루 250 배럴의 셰일오일이 쏟아져 나온다. 자연압력으로 셰일오일을 추출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전동추출장치(ESP, Electrical Submersible Pump)를 이용해서다.

이곳 사업운영은 SK폴리머스가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미 현지법인 SK E&P의 자회사다. SK폴리머스는 올 들어 9월까지 7개의 유정을 새로 뚫었다. 셰일오일을 뽑아내는 구멍을 뚫는 시추에만 20~30일이 걸리며, 150만~2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40미터 높이의 시추기가 설치되면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무장한 직경 6인치의 커터를 장착한 머드모터가 밀도를 높여주는 진흙을 섞은 물을 분사하며 지층을 뚫고 들어간다. 이 구멍에 쇠파이프를 집어넣어 고정한다.

커터는 우선 100rpm(분당회전수)으로 회전하며 수직으로 1.6km를 파고 들어가 셰일오일층에 도착한다. 이후 커터는 2~3도씩 방향을 꺾어 수평으로 1.6km를 더 파고 든다. 수직으로 구멍을 뚫는 기존의 전통적인 시추방식에 비해 오일층에 더 넓게 접촉해 오일을 뽑아낼 수 있는 이른바 비전통적인 수평시추다.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파이프를 통해 총을 발사하는 장치를 내려보내 지층에 최대 200m까지 균열을 만든다. 이 깨진 틈에 모래를 채워 넣는다. 지층에 갇혀있던 셰일오일이 빠져나오는 통로다. 초기에는 지하에 EPS를 설치, 대량의 오일을 뽑아내고, 생산량이 하루 200배럴 이하로 줄어들면 지상에 펌핑유닛을 설치해 추출한다.

켄 에드워드 SK플리머스 현장소장은 “파이프를 통해 물 95%와 오일·가스 5%가 뒤섞여서 올라온다”며 “지상의 분리장치에서 오일, 가스, 물이 각각 분리된 이후 가스는 파이프망을 통해 가스업체로 바로 보내지고, 오일과 물은 별도의 저장소에 각각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에서 지층에 수직으로 1.6km, 이후 수평으로 1.6km 구멍을 뚫는 시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SK이노베이션은 올들어 9월까지 7개의 새로운 유정을 뚫었다.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에서 지층에 수직으로 1.6km, 이후 수평으로 1.6km 구멍을 뚫는 시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SK이노베이션은 올들어 9월까지 7개의 새로운 유정을 뚫었다.

◇북미에서 비전통적 원유개발사업의 톱플레이어 도약 목표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는 SK이노베이션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기존처럼 생산탐사광구에 단순히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을 벗어나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함으로써 시추부터 스윗스팟규명, 안전환경관리 등 석유개발사업 전 과정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 쉐브론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미국은 석유개발 메이저 도약을 노리는 SK이노베이션엔 도전의 땅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97년 SK E&P를 설립하며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5년 루이지애나주 이베리아노스 탐사광구 지분 70%를 인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 사업은 순풍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적은 매장량에 탐사를 중단하는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2010년 텍사스주 휴스턴에 자원개발기술센터를 만들고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오히려 미국 석유개발사업을 강화해왔다. 올해 초에는 아예 E&P사업 본사를 휴스턴으로 이전했다. 그런 노력이 그랜트·가필드 생산광구 운영 등의 결실로 이어졌다.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사업 대표(부사장)는 “2014년 그랜트·가필드 생산광구를 인수한 이후 1년간 시추부터 관리, 감독 등을 외부에 맡겼지만, 현재는 자체적으로 모든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며 “이 생산광구는 SK이노베이션의 비전통적 석유개발사업 확장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미에서 비전통적사업의 톱 플레이어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등 다른 지역에도 적극 진출,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9개국 13개 생산·탐사광구, 4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석유 매장량 5억3000억 배럴을 확보하고, 일일 5만5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에 있는 유정의 모습.  지난 9월 시추를 마친 ‘O’QUIN 3-10WH’ 유정(오른쪽)에서는 하루 250 배럴의 셰일오일이 쏟아져 나온다.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그랜트·가필드카운티 생산광구에 있는 유정의 모습. 지난 9월 시추를 마친 ‘O’QUIN 3-10WH’ 유정(오른쪽)에서는 하루 250 배럴의 셰일오일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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