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은 韓주도, 中日 도울 것”…”종전선언 할 수있고 ‘최대압박’ 용어 사용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전달 받은 뒤 80여 분 면담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만 배석했다. 강경파들을 배제하며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잡음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백악관은 김 부위원장에게 '특급 대우'를 했다. 면담을 마친 트럼프는 집무동 밖까지 나와 김 부위원장을 배웅했다.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차량으로 이동했다. 면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위원장과 면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여과 없이 표했다. 정상회담에서 나올 합의문의 대략적 얼개와 이후 진행될 과정도 암시했다.
◇"정상회담은 6월12일 싱가포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최종 확인했다. 트럼프는 "(김 부위원장과) 면담이 잘 진행됐다"며 "우린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고 공식화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예정대로 6월12일에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면서도 항상 "열리지 않을 수 있다"거나 "미뤄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두 차례나 '7월12일'이라는 정확한 날짜를 언급해 일정에 혼란을 줬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일정에 있어 더는 변경의 여지가 없음을 확고히 했다. 사전 실무협의에서 조율된 회담 의제 및 장소를 최종 재가한 셈이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나는 이것(정상회담)이 '프로세스(process)'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나는 한 번의 회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았는데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전의 발언이 '논의할 게 많으면 회담이 하루 더 연장될 수 있다'였다면 이번엔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수차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세스'라고 말한 것은 한차례 이상의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 관계가 형성되고 있고, 이번은 무척 긍정적"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6·12 정상회담)이 시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예고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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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비핵화를 원하고 우린 안전을 보장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그걸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걸 원한다는 걸 안다"고 답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언급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그 과정(비핵화)에서 다른 것도 원한다. 그들은 국가(country)로서 발전하길 원한다"고 설명하며 "그들은 위대한 국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린 반드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보장 '거래'가 최종 성립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얘기하며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합의문의 대략적 형태를 암시했다. 그는 "'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이라며 "다시 말하는데 프로세스"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린 (회담 일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린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에게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고 제재는 매우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북미가 마련한 타임라인에 따라 단계적 비핵화 이행 + ·이에 따른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 + 타임라인 미이행 시 제재 부과'가 6·12 정상회담 합의문의 얼개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대북 정책인 '최고의 압박'이란 용어를 사용하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의 압박이) 현재처럼 유지될 것이지만 그 용어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린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제적 지원은 한중일이 담당"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보장이 6·12 정상회담을 통해 나올 '빅딜'이라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이에 따라갈 필수적이자 부차적인 부분이다. 북한도 자신들의 비핵화가 '돈을 보고' 하는 게 아닌 '체제보장'을 위한 것임을 재차 강조해왔다.
이런 연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미국이 아닌 한중일을 통해 제공될 것임을 확실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지원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미국이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중국과 일본이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에도 이 부분을 주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무척 멀리 있고 그곳(한국과 일본)들은 (북한에) 무척 가깝고 이웃들"이라며 "한국에 '알다시피 당신들이 준비돼야 할 것'이라 말했고 일본에도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거래 조건은 '체제보장'이지 '경제적 지원'이 아니란 의미다.
◇"종전선언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6·12 정상회담에서 남북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6월 12일에 한국전을 끝낼 것이냐'는 질문에 "우린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서 "그것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과 면담에서 종전선언까지 다뤘단 걸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동안 사전 실무회의는 비핵화와 체제보장,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있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와 관련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논의가 있었음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6·12 정상회담이 종전선언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기와 장소를 고려했을 때 이번 북미 회담에선 종전선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미가 실무협의를 거친 뒤 정전협정 체결일에 판문점에서 최종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러시아와 만남은 싫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 위원장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드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중국 배후설'을 수차례 제기했고 일각에선 '회담 취소'의 배경엔 '중국 털어내기'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은 만나기 직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있었던 (김 위원장과) 러시아 측의 회동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동의 목적이 무엇이었을까"라고 반문하며 "긍정적 회동이었다면 나도 좋아할 것이고 부정적 회동이었다면 나로선 즐겁지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해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나눈 대화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 확인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한반도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고 비핵화 협상은 여러 단계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까지 대북 제재를 이어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러시아의 방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러시아에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시 주석은 많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그는 대단하고 매우 훌륭한 남자"라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무산 위기를 겪은 후 급격히 움츠러든 중국이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한은 훌륭(nice)했다"
취재진의 관심사는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의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훌륭했다(nice)' 한마디로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무척이나 흥미로운 편지였다"며 친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담겼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는 "어느 시점에, 적절한 때에 이걸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개 시점이) 꽤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정상회담 직전 '예고편' 격으로 공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