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11월 무역전쟁 종료 구상 불투명… 美 '압박', 中 '버티기' 전망… 최대의 난관은 '중국제조 2025'

2개월 만에 재개한 미중간 무역협상이 소득없이 끝나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미중간 무역갈등의 해법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오는 11월까지 무역전쟁을 끝낸다는 미중간 협상로드맵 구상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 하에 2000억 달러의 관세부과 카드 등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첨단산업정책 변화 등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최대한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브로맨스'도 최대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없이 끝난 차관급 협상… 11월 무역전쟁 종료 구상에도 먹구름
미국과 중국은 지난 22~23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왕셔우언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차관을 각각 대표로 차관급 무역협상에 돌입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차관급 협상은 양국간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고위급 회담의 재개를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6월 3차례에 걸쳐 장관급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차관급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오는 11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예정된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만나기 전에 무역전쟁을 종료시킨다는 것이 양측의 큰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소득없이 끝나면서 오히려 11월 무역전쟁 종료라는 큰 구상마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성명서를 통해 이틀간의 무역협상이 끝났다고 전하면서도 향후 협상일정이나 합의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도 "양측이 건설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다음 단계를 위한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측이 이번 협상에서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며 이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 측은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시한은 없다"… 2000억 달러 관세폭탄 등 공세수위 높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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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번 차관급 협상의 실패에 따라 향후 2000억 달러 관세폭탄, 환율조작국 지정 등 대중국 공세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장관 등 온건파보다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차관급 회담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끝낼 시한을 정해지지 않았다"며 장기전과 함께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차관급 협상이 진행 중인 지난 23일 예정대로 16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부과 계획에 대한 공청회도 열었다. 현재로선 중국의 대미 수출액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폭탄도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 때문에 예전처럼 북한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예정된 4차 방북을 미중 무역갈등 해소 이후로 연기시키면서 중국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4.1%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의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제 덕분에 중국의 보복관세에도 대중국 무역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3개월여로 다가온 가운데 팜스테이트 등 자신의 지지층이 중국 보복관세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다.
◆중국 "제품은 사줄 수 있지만 과도한 요구는 수용불가"… 시 주석, 미국과 갈등에 따른 내부 우려 부담
중국은 지난 6월초 미국에 관세부과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약 700억 달러의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이번 차관급 협상을 포함해 총 4차례의 미중 협상이 진행됐지만, 미국산 제품 구매확대, 중국 시장개방, 중국 첨단산업정책 변화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류허 부총리는 최근 외국기업경영자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확대 요구는 즉시 수용할 수 있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금융사의 합작사 소유지분제한 확대 등 시장개방은 협상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의 난관은 이른바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중국의 첨단산업정책에 대한 미국의 요구다. 첨단 기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도 없애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안보와 정치적 이유에서 이들 사항에 대해서는 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세계경제 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양측이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서로 주고 받은 가운데 상황은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3월 미중간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20% 가깝게 추락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관세부과의 직접적인 영향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의 0.1~0.3%포인트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가능한 빨리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화시키라고 중국 관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미국과의 충돌은 중국경제를 개조하고, 중국을 글로벌파워로 부상시키려는 시 주석의 계획은 무산시킬 수 있다는 중국 내부의 우려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