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지시로 분리수사" 주장…국수본·광주청·일선 입장 엇갈려
경찰 '셀프수사' 비판도

장윤기 사건을 축소해 단순 살인죄를 적용한 배경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지휘가 있었는지를 두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과 국수본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게임이 본격화됐다. 일부에선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현재 구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경찰청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특수단은 이날 오전 광주경찰청 강력계장 김모 경정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경정은 장윤기의 여고생 살인 사건과 외국인 여성 대상 성폭행 사건을 분리 수사하라는 국수본의 지침을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모 경정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김 경정을 상대로 국수본의 지침이 전달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김 경정의 휴대전화에서 국수본 관계자와 주고받은 대화와 통화 내역도 분석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도 경찰 지휘라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지검은 전날 국수본 압수수색에 이어 이날엔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강력계장 최모 경정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경정은 김 경정에게 '본부장 지시'라며 분리 수사 지침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국수본과 광주청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장윤기에 대한 경찰 수사는 외국인 여성 성범죄 사건은 광산서 여성청소년과가, 여고생 살인 사건과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살인예비 사건은 형사과가 각각 맡아 진행했다. 이후 광산서 형사과는 장윤기에게 강간 목적 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장윤기에게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면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는 형량의 하한이 징역 5년이지만, 강간 목적 살인죄는 최소 무기징역으로 처벌된다.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광산서 수사팀원들 사이에서 두 사건의 병합 수사를 건의했으나 윗선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온 게 발단이 됐다. 초동수사를 총괄했던 박 경정 측은 두 사건을 함께 수사할 경우 강간 목적 살인 혐의 적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세 차례 병합 수사를 건의했으나 국수본이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수본은 국수본 지휘가 광주청을 거쳐 광산서에 전달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지휘의 구체적인 취지를 놓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국수본은 당시 지침이 두 사건을 별개로 떼어 수사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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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광산서 측에서 성폭력 사건을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겠다고 해 그렇게 하도록 한 취지도 (지시에) 섞여 있었다"며 "당시에는 분리 수사가 아닌 통합수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주청에서 국수본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수사가 국수본까지 확대되면서 특수단 수사가 '셀프 수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수단은 독립된 별도 조직으로 꾸려졌지만 단장과 부단장이 국수본부장 직속이고, 수사관 상당수도 국수본 소속이다. 수사 결과 역시 국수본에 보고하는 구조다. 특수단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장윤기 사건 지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형사라인 인력을 배제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