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 '중국 기술 굴기' 정조준, 中 화웨이 운명은

[MT리포트]美 '중국 기술 굴기' 정조준, 中 화웨이 운명은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12.17 18:03

[화웨이 보이콧]④ "기술력 등 탁월, ZTE와는 다르다" 평가…미국이 화웨이 자체를 타깃으로 삼을 경우 타격 불가피

[편집자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찍히더니 지금은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된 중국 화웨이.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잇달아 퇴출위기다. 창업자 딸마저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공공의 적이 됐다는 것은 전 세계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 화웨이의 무엇이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세계 통신장비 업계 1위 기업 화웨이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란 제재 위반,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가 시작되면서다. 앞서 미국의 제재로 파산 위기까지 갔던 ZTE 처럼 될 수 있다는 비관론과 규모와 기술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ZTE와 같은 위기는 겪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美, 中 '기술 굴기' 핵심 화웨이 정조준=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에 이은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순이익이 65% 급락하고, 부품 수급이 막혀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폐업 위기에 처했다. 최종적으로 14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미국 측 준법감시인을 두는 데 합의하고서야 간신히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유력한 후계자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공세가 간단치 않다. 미국 정부는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훨씬 전인 지난 2012년부터 '국가 안보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 거래를 금지해왔다. 화웨이 장비를 쓰면 군사기밀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에는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사용금지를 요청해왔고, 지난 8월부터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이에 동참했다.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다른 시장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ZTE처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될 경우 부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화웨이가 올해 구매하는 미국산 부품만 총 100억달러(약 11조3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화웨이가 중국 '기술 굴기'를 선도하고 있는 것도 미국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휴대폰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필두로,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불리는 5G의 경우 이미 전 세계 10여개 도시에서 상용화를 끝낸 상태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화웨이의 기세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기술의 화웨이…"ZTE와 다를 것"=화웨이가 ZTE와는 다를 것으로 보는 쪽은 기업 경쟁력을 든다. 정보제공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2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핀란드의 노키아(13%), 3위 스웨덴의 에릭슨(11%)을 합친 것과 비슷한 점유율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제치고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글로벌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만을 앞에두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 국제특허출원 세계 1위 기업이고, R&D 비중이 매출액 대비 15%에 이른다. 그만큼 기술 자립도가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ZTE의 경우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부품의 25∼30%를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화웨이는 최대 부품 조달처가 세계 1위의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이다. 화웨이도 부품조달의 25%가량을 미국에 의존하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BYD,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 등 중국 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화웨이의 부품 조달 창구는 미국 외에도 중국(41%), 대만(9%), 한국(7%), 일본(3%)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화웨이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핵심 모바일 칩 ‘기린’ 개발에 성공하는 등 핵심 칩 공급을 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ZTE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화웨이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공산이 크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신흥국가들에선 가격 경쟁력 등에서 앞선 화웨이 제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일본 등 일부 동맹 국가들이 화웨이 제품을 보이콧 하더라도 ZTE처럼 생존 위기까지 몰릴 우려는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상전략이냐, 타깃이냐에 운명 갈릴 듯=결국 미국이 화웨이를 큰 틀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느냐 그 자체를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화웨이의 운명이 갈릴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화웨이를 꺾어놓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자체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 금지, 동맹국가들을 동원한 제품 보이콧 등 강공책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계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그들의 동맹국들로 하여금 화웨이 제품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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