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만 있다…미국·유럽에 전속고발권이 없는 이유

한국·일본만 있다…미국·유럽에 전속고발권이 없는 이유

정혜인 기자
2021.07.20 18:10

[MT리포트] '판도라의 상자' 전속고발권 폐지④

[편집자주]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같은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라도 누구나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고발, 처벌받게 한다는 얘기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과연 현실화될까. 기업들의 운명이 달려있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론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독점법 관련 전속고발권을 도입한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뿐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전속고발권 제도 자체가 없고, 일본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크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가 ' 경성담합'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반독점법 관련해 형사처벌 조항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890년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 제정을 시작으로 시장의 자유경쟁을 침해하는 독점행위를 규제했다. 그러나 셔먼법은 가격·입찰 담합 등 경쟁 제한성이 뚜렷한 카르텔(cartel·기업담합)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이 가능해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후 셔먼법의 추상성을 보완하고자 연방거래위원회(FTC)법, 클레이턴(Clayton)법이 추가 제정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도 경쟁 제한성이 명확한 행위를 제외한 수직적 공동행위·시장지배력 남용·불공정거래·기업결합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유럽도 모든 독점행위를 행정처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형사처벌 대상으로는 분류하지 않고 있다. 시장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제재는 행정처분만으로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경성담합에 대한 형사처벌만 규정하고 있다. 형사처벌 대상으로 경쟁 제한성이 뚜렷한 행위로 제한해 무분별한 고발을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미국 FTC와 46개 주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이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FTC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잠재적 미래의 경쟁자와 경쟁하는 대신 이들을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해 소셜미디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독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페이스북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면서도 소송을 기각했다. FTC가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시장 점유율 측정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고, 페이스북이 가격을 올리는 등 시장지배력을 행사했다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경쟁 제한성 입증의 어려움을 보여준 사례인데, 미국 내에선 기존 법이 빅테크 기업을 다루지 못한다며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경쟁법을 모델로 '사적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 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일본은 부당 거래제한·독점화 위반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전속고발권을 도입해 형사고발을 줄였다. 또 FTC 법과 클레이턴 법을 모방한 불공정거래 조항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독점규제의 역사`에 따르면 일본은 2010∼2018년 사이 고발이 4건이었지만 한국 공정위의 독점 고발 사례는 2010∼2019년 총 575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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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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