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앞 핀란드만에 정박한 요트에 올라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멋진 해안가 신사옥에서 열린 깃발 게양 기념식에 참석했다. 가스프롬은 푸틴의 '제국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근간이다.
"아름답네." 푸틴은 자신을 안내한 옐레나 일류히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류히나는 고층 빌딩 건설을 총괄한 인물로,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인사다. 그녀는 가스프롬 산하의 성공적인 석유 계열사에서 고위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고 세 개의 주요 깃발—러시아 삼색기, 소련의 낫과 망치 깃발, 표트르 대제의 제국 깃발—이 게양되는 가운데서도, 일류히나는 푸틴과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 깃발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과정에서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호출한 역사적 유산들을 상징한다.
푸틴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 일류히나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곧바로 말 대신 입술로 가사를 따라 불렀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일류히나는 모회사인 가스프롬의 부대표로 승진했다. 러시아 최대 기업인 가스프롬이 최근 수년 간 겪은 최대 위기에 대응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끄는 자리다.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을 사실상 독점해 온 가스프롬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기존 사업모델이 붕괴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고 회복에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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