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미국 대중문화 사상 최악의 시대인가? [PADO]

지금은 미국 대중문화 사상 최악의 시대인가? [PADO]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5.05.31 06:00
[편집자주] 미국 문화예술의 '황금기'는 정말 끝났을까요? 최근 미국에서는 자국의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음악, 영화, TV,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이 고갈되고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죠.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0년대를 지난 100년 중 문화적으로 가장 빈곤한 시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비관론 중 하나인 윌리엄 데레저위츠의 '문화가 너무 따분해졌다'와 '예술은 어떻게 길을 잃었나'를 PADO가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애틀랜틱은 2025년 6월호에서 이러한 문화 '쇠퇴론'에 대해 깊이 파고듭니다. PADO에서 소개한 바 있는 테드 지오이아 같은 음악 평론가부터 미술 평론가, 음악가 등등을 만나 그들이 현대 미국 문화에 좌절하는 까닭을 살펴봅니다. 다른 비관론과는 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방'과 '언더그라운드'의 지류에서 포착되는 창조성과 활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이 이 기사의 미덕입니다. 필자는 틱톡의 혼란스러운 에너지, 팬데믹이 가져온 파괴, AI의 위협 속에서도 인간의 창의성은 각 시대의 조건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꽃피어 왔음을 상기시킵니다. 인터넷 하위문화(서브컬쳐)에서 탄생한 예측 불가능한 음악들,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적 시도들은 어쩌면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화적 진화의 징후일지도 모릅니다. 미국 대중문화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이 기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문화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미국의 경험은 반면교사이자 동시에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 발전과 전통적 예술성 사이에서,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그리고 글로벌과 로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 -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 문화 창작자들이 직면한 공통의 과제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Yuting Gao
/사진=Yuting Gao

지난해, 나는 문명의 종말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음악사학자 테드 지오이아를 찾아갔다.

그는 텍사스 교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나를 맞이했고 햇볕이 잘 드는 서재로 안내했다. 방 중앙에는 작업대 위에 41권의 책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가 말하길, 이것들이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이란다.

진열된 책에는 에드워드 기번의 18세기 대작 '로마 제국 쇠망사' 7권 전권,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오스왈드 슈펭글러의 저작 '서구의 몰락' 2권 전권, 그리고 투키디데스의 2500년 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지오이아는 투키디데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문화인 그리스를 보고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줄게요'라고 말한 최초의 역사학자였죠."

지오이아는 이러한 종말론적 계보에 기여하면서 일종의 인터넷 유명인사가 됐다. 경력 대부분 동안 그는 재즈에 관한 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서브스택 뉴스레터 '어니스트 브로커'를 통해 현대 문화를 다루면서—그리고 그것이 끔찍하다고 주장하면서—많고 열렬한 독자층을 끌어모았다. 그는 나에게 미국의 '창조적 에너지'가 고갈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질이 저하되고 이는 국가의 행복, 심지어 정치적 안정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문화적 암흑기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하는 이는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0년대를 음악, 영화, 패션, TV, 스포츠 분야에서 지난 100년 중 최악의 10년으로 평가한다. 2023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한 기사는 우리가 "인쇄술 발명 이후 문화적으로 가장 혁신적이지 않고, 가장 변혁적이지 않으며, 가장 선구적이지 않은 세기"에 살고 있다고 단언했다. 영국 가디언의 한 미술 평론가는 최근 "아방가르드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불안감의 선언들이 그토록 충격적인 이유는 논리적으로는 현재 우리가 르네상스 시대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예술가들이 전례 없을 정도로 편리하게 자신들의 비전을 실행하고 배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창의적 표현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일으켰다. 매년 500편 이상의 대본 있는 TV 쇼가 제작되고,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매일 약 10만 곡의 노래가 추가된다고 한다. 모든 틈새 취미 시장에 부응하는 팟캐스트와 소설처럼 정교한 비디오 게임도 있다. 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예술을 민주화하여 예상치 못한 재능들로부터 흥미로운 아이디어의 충돌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 아무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그러한 부정적 태도가 그저 쇠퇴할지 몰라 초조해 하는 인간의 타고난 경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해방적인 발전 몇몇은 처음에 사회를 우둔하게 만들지 모른다는두려움을 유발했다. 인쇄기의 출현은 15세기 사상가들이 대중적 주의 산만에 대해 불평하게 만들었다. 1964년 애틀랜틱은 록앤롤이 젊은 미국인들에게 순응주의와 소비주의만을 조장할 것이라고 나름 설득력 있게 예측하는 에세이를 실었다.

내가 애틀랜틱에서 비평가로 일하는 동안, 나는 쇠퇴론을 주장하고픈 충동에 맞서려고 노력해왔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2011년은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그해 7월 스포티파이가 미국에서 출시되었고, 넷플릭스는 곧 첫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다. 내가 성장하며 사랑했던 지적인 록 밴드들—라디오헤드, 윌코—은 중요성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지만 팝, 힙합, 전자 음악은 매혹적인 방식으로 상호 교류하고 있었다. 변화를 이해하고, 각 시대마다 인간의 창의성이 어떻게 새롭게 꽃피우는지 감상하는 것이 늘 이 일의 핵심인 듯했다.

그러나 2020년대는 나의 낙관론을 시험대에 올렸다. 틱톡의 혼란, 팬데믹의 파괴, AI의 위협은 예술의 진보를 논하는 어떠한 일관된 이야기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 지오이아와 같은 비평가들이 전파하는 쇠퇴의 서사가 자리 잡았다.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기존 지적재산(IP) 재탕, 진짜 문화를 하이재킹하는 당파적 문화전쟁, 예술가들에게 지속불가능한 경제 상황, 현대 기술의 중독적이고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효과 등이다.

나는 가장 명료한 비관론자들 중 일부를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시험하고, 쇠퇴 이외의 이야기를 말하는 게 여전히 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었다. 과거에 변화의 시기들은 위대한 예술적 돌파구를 낳았다. 산업화는 낭만주의를 낳았고, 제1차 세계대전은 모더니스트들을 일깨웠다. 지금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아직 그것을 못 보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가 마침내 황무지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이리라.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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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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