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샬롯 그린버그와 라피 그린버그는 순간 기묘한 호기심에 이끌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빈도로 친구들을 만난다고 가정할 때 남은 평생 '베프'들을 몇 번이나 보게 될지 계산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암울했다. 그들이 13세에서 30세까지 친구들과 보낸 날들이 앞으로 30세에서 100세까지 친구들과 보내게 될 날들보다 더 많았던 것이다.
결혼 6년 차인 샬롯과 라피 부부에겐 각자 청소년 시절떨어질 새 없이 막역했던 '베프'들이 있었다. 그러던 그들은 이제 삶의 방식에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린버그 부부는 오랜 세월 각자의 베프들에 대한 우정에 헌신해 왔고, 그만큼 그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다함께 공유하는 역사도 많았다. 시작은 샬롯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떠난 여행에서 라피의 절친을 만나면서였다. 그 친구를 통해 샬럿은 라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몇 년 뒤, 샬롯의 베프와 라피의 베프는 두 사람의 약혼 파티를 함께 준비했고, 파티 당일에는 심지어 첫키스를 나누었다. 훗날 결혼으로 이어진 로맨스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삶이 깊이 얽혀 있음에도, 이들 네 사람 모두가 한 동네에 함께 살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샬롯과 라피는 보스턴에 살고 있었다. 반면, 그들의 절친 부부는—참고로 이들은 나(필자)의 친구들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혀 둔다—수백 마일 떨어진 워싱턴DC에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넷은 중요한 순간마다 서로의 곁을 지키려 애썼다. 샬롯이 첫째와 둘째를 출산할 때 그의 절친은 산파 역할을 맡았다. 샬롯도 친구가 아이를 낳을 때 같은 역할을 했고,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분만실에 함께 있기 위해 8시간을 운전해 가기도 했다. 이들은 덜 특별한 일상적인 순간조차 함께하려고 애썼지만 그 노력이 허사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려면 두 부부 중 한 쌍은 이동해야 했고, 양쪽 모두 가족 전체를 수용할 만큼 넉넉한 집에 살고 있지 않았기에 비용을 따로 지불하고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어른들끼리만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는 아이 돌봄도 구해야 했다. 당시 두 가족 사이에 아이가 넷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샬롯과 라피가 그 '가혹한 계산'을 해보았던 2021년 어느 날이 오기 전, 이들은 단지 친구 부부와 밤에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서 몇 달에 걸쳐 일정을 조율하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도 결국 영화가 끝나기 전에 베이비시터와 교대하러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러한 고충은 많은 미국 부모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2015년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아이와 떨어져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자녀를 '작고 귀여운 폭탄'이라 표현하며 육아가 어떻게 우정을 위협하는지를 다룬 뉴욕 매거진의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를 낳고 나면 친구를 만나기가 어려워지지만 사실 부모가 된 시기야말로 친구가 가장 절실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특히 가족을 위한 구조적 지원이 부족한 미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대가족연구소(Modern Family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인 히스 셰킹어가 내게 한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온 마을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을 지탱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몸소 겪어온 샬롯과 라피는 결국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2023년 8월, 두 사람은 아이들을 데리고 보스턴을 떠나 워싱턴 DC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했다. 이 결정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었다. 샬롯은 새 직장을 구하고 전문직 자격증을 새로 신청해야 했으며, 두 사람은 아이들이 다닐 새로운 학교도 찾아야 했다. 한편 절친 부부는 도시 반대편에서 이사 와 샬롯과 라피의 바로 옆집에 자리 잡았고, 라피의 절친의 형제와 그의 아내까지 같은 블록의 집을 매입하면서 세 번째 부부가 합류하게 되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되 그 경계를 완전히 나누지는 않기로 했다. 필요할 땐 서로 아이를 돌봐주며 도움을 주고받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오가며 지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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