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애플, 포르쉐, 테슬라)을 벤치마킹하는 건 용기입니다. 1등을 배우고 나서야 1등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베이징 국가회의센터. 연단에 선 샤오미 그룹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레이쥔은 최근 특정 브랜드를 왜 자꾸 따라하냐는 일각의 지적에 이 같이 답했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통하는 그가 올해 발표에서 강조한 건 '전면적 고급화'였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고급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높은 기술과 품질을 경험하는 '럭셔리의 평등'을 실현하겠단 포부다. 선도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는데 그치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겠단 선언이기도 하다.
레이 CEO는 특히 이제 막 진출한 전기차 사업 관련 후발 주자로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업계의 모든 선행주자들에게 감사하며 (샤오미는)후발주자로서 시대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며 그래서 업계 발전에 기여할 책임이 있고 수혜자인 만큼 산업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처음엔 중국 대표 전동 대형 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리샹 L9'을 벤치마킹하려 했으나 고민 끝에 벤치마킹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레이 CEO는 "결국 스포츠형 SUV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며 "리샹 L9 같은 대형 SUV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이미 뛰어들어 있어, 우리가 똑같은 차를 만든다면 미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샹L9 대신 눈을 돌린 브랜드는 테슬라의 스포츠형 SUV '모델Y'였다. 레이 CEO는 "우리는 과거 모델Y를 세 대 구매해 완전히 분해하고 하나 하나 부품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샤오미의 스포츠형 SUV가 'YU7'이다. 지난 7월 6일 출시된 YU7의 누적 인도량은 이미 4만 대를 돌파했다. 스포츠형 SUV이지만 가족 사용자 수요도 충족해 구매자의 69%가 가족 사용자였다. 레이 CEO는 "만약 여러분이 YU7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모델 Y나 리샹L6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도 브랜드와의 경쟁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럭셔리'와 '스포츠'라는 가치에서는 포르쉐를 벤치마킹했다. 레이 CEO는 "2021년 9월 샤오미 전기차 사업의 첫 전사 회의에서 포르쉐와 테슬라를 벤치마킹해 세계 최강 순수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어려움이 컸다"며 "시장에는 적합한 고출력 전동기가 없었고, 결국 샤오미가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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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성능 검증에 최적화된 최고 권위의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도전에도 난관이 있었다. 레이 CEO는 "2023년 8월 뉘르부르크링 측에 처음 연락했고 이후 20통의 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3개월이 넘어서야 겨우 답장을 받았고 그때부터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뉘르부르크링측을 직접 만나고 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 상대는 '중국의 휴대폰 회사가 왜 뉘르부르크링에 오느냐'는 의구심이 있었다"며 "우리의 고성능 전기차 프로젝트를 자세히 설명했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개발 과정을 통해 지난 2월 출시한 고성능 전동 세단 'SU7울트라'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공식 랩타입 순위 전체 3위에 올랐다. 전 세계 양산 전기차 중 1위였다. 레이 CEO는 "이 소식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회사인 샤오미가 1년만에 이런 결과를 어떻게 낼 수 있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창업과 함께 시작한 스마트폰 사업은 15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애플을 벤치마킹한 레이 CEO는 올해 발표에서 샤오미 17 시리즈를 공개하며 아예 애플을 정조준했다. 샤오미 17 시리즈는 세계 최초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젠5을 탑재했다. 최신 3nm 공정을 사용했고, CPU 성능은 A19 프로에 맞먹으며 GPU 성능은 A19 프로 대비 34.6% 향상됐다.
샤오미는 '16'을 건너뛰고 곧장 '17'을 브랜드명에 붙였다. 이는 애플이 막 발표한 아이폰 17 시리즈를 정면 겨냥한 전략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브랜드 전략에 큰 변화가 있을 때 제품명을 바꾼다.
레이 CEO는 "5년전 애플을 벤치마킹한다고 천명했지만 지금은 '전면 대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샤오미 17이 많은 측면에서 아이폰 17을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개명(16을 건너뛰고 17을 브랜드명에 붙인 결정)을 통해 외부가 샤오미 폰을 다시 보길 원하며 동시에 세계 1위에 도전하는 우리의 결심을 다시 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