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죽었어야" 가족 잃은 소년 절규…전쟁 2년, 희망도 말살됐다

"나도 죽었어야" 가족 잃은 소년 절규…전쟁 2년, 희망도 말살됐다

김종훈 기자
2025.10.05 06:32

[가자 전쟁 2년] 어린이 수만명 죽거나 다쳐…수치로 잡히지 않는 정신적 상처는 훨씬 커

지난달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 지구 피난민 캠프에 어린이들이 서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달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 지구 피난민 캠프에 어린이들이 서있는 모습./로이터=뉴스1

7일로 발발 2년이 된 가자 전쟁에서는 그간 어린이 수만명이 죽거나 다쳤다. 신체 장애와 정신적 충격, 질병, 기아 등 사상사 수로 표현할 수 없는 상처가 가자 지구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졌다. 인도주의적 구호 물자를 시급히 공급하는 것은 물론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게 시급하다.

알자지라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 전쟁이 발발한 이래 가자 지구에서는 최소 6만6148명이 숨지고 16만8716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그동안 가자 지구를 통치한 하마스 측에서 집계한 수치로,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은 숫자다.

국제사회와 구호단체들은 사망자 중 상당수가 어린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UN·국제연합)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조사에 따르면 당시 하마스가 집계한 가자 지구 사망자 4만4000명 중 44%가 어린이다.

살아남은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식량 부족이다. 식량 위기분석 체계인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지난 8월 가자 지구에 식량 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 발생을 선포했다. 유니세프가 지난 8월 가자 지구 전역에서 어린이 건강 검진을 실시한 결과 어린이 1만2800명이 급성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다. 검진 대상의 13.5%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자 지구의 어린이들 /사진=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X
가자 지구의 어린이들 /사진=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X

앞선 7월에 1만3000명의 아동이 급성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는데 8월에 영양실조 진단 수치가 소폭 줄어든 것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확대로 치료센터 10곳이 폐쇄돼 검진 대상자가 줄어든 탓이라고 유니세프는 설명했다.

의약품과 식수 문제도 심각하다. 이스라엘이 개전 초기부터 의료시설을 폭격한 탓에 의약품과 치료장비는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 7월에는 가자 난민 캠프에서 식수를 받으려고 줄 서 있던 어린이 6명이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폭격을 피할 목적으로 의료시설 근처에 은신처를 마련하기 때문에 폭격이 불가피했고, 그마저 오폭이라고 주장한다.

여파가 오래 갈 수밖에 없는 정신적 피해는 참혹하다. 영국 시민단체 워차일드얼라이언스 후원을 받아 지역사회 훈련·위기관리센터(CTCCM)가 지난해 6월 장애나 부상, 혹은 보호자가 없는 아동을 두고 있는 가자 지구 504가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가구의 어린이 96%가 '죽음이 임박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조사대상이 된 어린이 중 87%가 심각한 두려움을, 73%가 공격적 행동을 보였으며 49%는 차라리 죽음을 바란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더뉴요커 취재에 응한 가자 지구 의료진은 14세 남자 아이로부터 "나도 같이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끔찍한 말을 들었다. 이 어린이의 가족은 지난해 초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했다. 장을 보러 시장에 나갔던 아이와 남동생 둘만 목숨을 건졌다. 지난해 9월 CNN이 취재한 여덞살 어린이 사마 투바일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모발을 잃었다. 머리를 빗고 싶어서 거울을 들고 빗질 시늉을 한다는 투바일은 부모에게 "너무 피곤하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에 남은 의료진이 어린이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뉴요커 취재에 따르면 현지 의료진이 제공할 수 있는 진료는 몇 분간의 상담과 감정 해소를 위한 낡은 장난감, 종이, 색연필이 전부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료진도 무너지고 있다. 가자 지구에서 의료활동 중인 아동청소년 정신과 박사 바흐자드 알아크라스는 더 뉴요커 인터뷰에서 "(어린이) 환자들과 함께 있지 않을 때는 물을 찾거나 부모님들을 위로한다"며 "자신의 감정을 위한 공간이 없다. 감정이 가슴에 돌처럼 갇혔다"고 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적십자사, 적신월사 등 전세계 구호 단체들이 가자 지구 인도주의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 때문에 역부족이라고 호소한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 업무 담당 차관보 겸 비상 구호 조정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유엔 고위급 인사 총회에서 "국경에 구호물자가 마련돼 있는데도 가자 지구 어린이들은 굶주린다"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자 지구의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접근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 지구의 어린이들은 폭격당하고 불구가 되고 굶주리고, 부모와 이별했다. 전쟁도 박탈해서는 안 되는 인간성을 바닥까지 박탈당했다"며 "존엄성과 희망이 사라진 무법천지의 세상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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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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