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2026 연차총회]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

저서 '화폐의 종말', '달러 이후의 질서'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한국 원화 가치가 3년 안에 일부 회복될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422원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1398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440원대에 머무는 가운데 나온 통화정책과 화폐 분야 최고 권위자의 진단이다.
로고프 교수는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2026 연차총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원화가 실질가치 측면에서 달러 대비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며 "앞으로 2~3년 안에 절상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특히 "달러가 고평가됐다는 것보다 원화가 저평가됐다는 데 대해 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며 "경험칙상 저평가된 통화 가치의 절반 정도는 3년 안에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로고프 교수는 다만 "가치 회복은 단기간에 한번에 이뤄지기보다는 여러 해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만큼 원·달러 환율이 시간을 두고 1300원대나 그보다 아래로 떨어질 수 있지만 짧은 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MF가 적정 원·달러 환율을 지난해 기준 1330원선으로 추정한 가운데 최근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올 한 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평균 1420~144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논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적대적 정책 등이 '달러 패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스테이블 코인을 육성해 미국 국채 수요를 끌어올리고 달러 가치를 밀어올리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관련,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이전의 자유 은행 시대와 같은 혼란을 불러와 금융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장려하는 '지니어스' 법안 같은 과도한 규제 완화 법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로고프는 교수는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위기 분석의 대가다. 800년의 금융위기 역사를 분석한 저서 '이번엔 다르다'를 통해 위기의 패턴을 과학적으로 증명했고 '화폐의 종말' 등으로 화폐 시스템의 미래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