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잘못 건드렸다?…연준 개혁, 차기 의장 임명 "다 꼬였다"[오미주]

트럼프, 파월 잘못 건드렸다?…연준 개혁, 차기 의장 임명 "다 꼬였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1.13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를 "궁극의 거래 해결사"라고 표현해 왔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 결정은 최악의 승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상원 내 반발로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인준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되고 파월 의장의 입지는 더 강화되는 모양새며 차기 연준 의장으로의 권력 이양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5년 7월 25일 연방준비제도(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AP=뉴시스
2025년 7월 25일 연방준비제도(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AP=뉴시스

파월, 이례적인 공개 저격

미 법무부는 파월 의장이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해 지난해 6월 의회에서 했던 증언이 위증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형사 기소가 가능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밤 영상 성명을 통해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 결과"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피해왔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연준의 통화정책과 경제 현황을 벗어난 정치적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절제된 태도를 보여온 파월 의장의 이번 공개 저격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는 파월 의장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금리 인하 압박을 넘어 연준의 독립성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차기 의장 상원 인준 험로 예고

트럼프 대통령이 형사 수사라는 초유의 공격 수단을 동원하긴 했으나 상황은 파월 의장에게 유리하다.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사건이 진행되려면 대배심과 연방 법원을 거쳐야 하는데 법률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5월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형사 수사의 결과로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임기 만료 전에 조기 사임해야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반면 상원의 차기 연준 의장 인준 과정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연준 의장은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상원 은행위원회의 심사와 상원 전체회의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공화당은 13 대 11의 근소한 차이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에 관한) 이 법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차기 연준 의장을 포함해 모든 연준 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틸리스 의원의 입장에 동조하면 연준 의장 인준 절차는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상원 전체회의에서 인준 표결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은 53 대 47로 상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에서 4표만 이탈표가 생겨도 연준 의장 인준이 무산될 수 있다.

공화당의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이번 수사를 강압적이라고 비판하며 틸리스 의원의 입장에 동조하는 한편 "연준이 독립성을 잃으면 시장과 더 폭넓은 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 내부 반란 가능성은?

이번 문제가 연준 내부의 의사 결정 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은 연준 이사회 의장이며 이사회 의장은 관례적으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장도 겸임한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필수 사항은 아니다. 연방준비법에 따르면 FOMC는 매년 자체적으로 의장을 선출할 수 있으며 연준 이사회 의장이 아닌 이사회 다른 인물을 FOMC 의장으로 뽑을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이사회 의장 임기는 오는 5월로 끝나지만 이사 임기는 2028년까지다. 파월 의장이 연준 이사로 남아 있는다면 연준 동료들에 의해 FOMC 의장으로 뽑혀 금리 결정을 주도할 수도 있는 셈이다.

파월, 연준 이사직 버틸 수도

연준 의장은 의장 임기가 종료되면 이사 임기가 남았어도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최근의 관례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들이 모두 의장 임기 종료와 함께 이사직에서도 사임하며 연준을 떠났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형사 수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공개적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연준 이사로 남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 자문을 역임했던 QI 리서치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 전략가인 다니엘라 디마르티노 부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파월 의장이 연준 이사회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예측시장 사이트인 칼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파월 의장이 영상 성명을 발표하기 전만 해도 그가 올해 8월 전에 연준 이사직을 사임할 것이란 전망은 84%였다. 하지만 12일엔 55%로 대폭 떨어졌다.

파월 의장이 연준 이사로 남는다면 연준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수사, 결론 없이 끝날 것"

다만 시장은 파월 의장에 대한 미 법무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12일 국채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주식시장이 초반 약세에서 돌아서 상승 마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메릴랜드대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학 금융정책센터의 수석 연구원인 데이비드 캐스는 시장이 이번 수사가 "파월 의장의 잔여 임기보다 더 오래 걸리고 결국엔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12일엔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전직 연준 의장과 재무장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13명이 파월 의장에 대한 "이번 수사는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과의 "정책적 의견 차이를 형사 사건으로 몰고감으로 인해 연준을 개혁하는 길이 더 좁고 불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의지를 꺾으려 시도했다가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편, 13일엔 개장 전에 JP모간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 개막한다.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엔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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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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