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몰리며 '단기 투기용' 전락… 안전자산 입지 흔들

투자자 몰리며 '단기 투기용' 전락… 안전자산 입지 흔들

정혜인 기자
2026.02.04 04:03

金, 비트코인 변동성 역전
약달러·전쟁·경제 불안 영향
개인·단타자금 잇따라 유입
시장 균형 깨지며 가격 요동
"특수 상황, 추가 상승" 전망

금 현물 가격 추이/그래픽=김다나
금 현물 가격 추이/그래픽=김다나

금시장이 전례 없는 변동성 국면에 진입했다. 배경으론 달러패권에 대한 의문,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겹쳤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가격조정이 아닌 금에 대한 인식과 함께 투자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금값 급락세는 3일 다소 진정됐지만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최근 30일 기준 금의 변동성은 4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심지어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의 변동성(39%)도 넘어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탄생한 후 이런 변동성 역전 사례는 단 2차례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위협으로 글로벌 무역긴장이 재부상한 지난해 5월이 첫 사례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금값상승의 출발점은 구조적인 수요증가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재정적자 확대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달러패권에 대한 의문은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의 금 매입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비중을 확대하면서 금값은 장기간 우상향 흐름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지역의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금은 다시 한번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았다.

문제는 이 상승흐름에 개인투자자와 단기 투기자금이 대거 합류하면서 시장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다. ETF(상장지수펀드), 레버리지상품, 단기옵션을 통해 금에 투자하는 개인자금이 급증했다. 이는 금값을 펀더멘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파생상품 시장의 팽창은 변동성을 증폭하는 핵심요인이다. 옵션거래가 늘면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과 선물을 추가 매수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가격을 밀어올린다. 반대로 가격이 꺾이면 상황이 급변한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요구)과 강제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하락폭이 확대된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시즈그룹의 발레리 노엘 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선 조정이 나오면 곧바로 매수세가 유입돼 시장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하락하는 국면에선 매우 취약해진다"며 "이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중심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금이 경제 불확실성의 헤지수단이 아닌 단기 투기자산으로 소비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값이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지만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분석가는 올해말 금값이 온스당 62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간과 도이체방크는 올해 금값 전망치를 각각 온스당 6300달러, 6000달러로 제시했다.

MLIV의 가필드 레이놀즈 아시아팀장은 블룸버그에 "수년에 걸쳐 금값상승을 이끌어온 근본동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이 급격하게 긴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지정학적 우려도 남아 있는 만큼 금값은 완만한 상승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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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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