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핵군축 조약 종료..."핵탄두 증가보다 오판이 위험"

미·러 핵군축 조약 종료..."핵탄두 증가보다 오판이 위험"

김상희 기자, 최성근 전문위원
2026.02.15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뉴스타트 종료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6.2.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6.2.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글로벌 핵질서가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군축 조약이 종료되면서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핵통제 규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러 간 핵경쟁이 가속화되는 한편 전 세계 비확산 체제의 균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미∙러 간 핵군축 조약 종료 이후 제기되는 위협 요인들을 짚어보고 향후 글로벌 핵질서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했다.

뉴스타트 종료, 핵 경쟁 속 오판 가능성 증대… 중국 변수도 부상

지난 5일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제한협정'(New START, 이하 뉴스타트)'이 종료됐다. 2011년 발효된 뉴스타트는 양국이 배치한 전략핵탄두를 1550기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운반수단을 700기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해 왔다.

조약 종료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목된다. 뉴스타트는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올해 초까지 효력을 유지했으나, 202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책임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며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정보 교환과 상호 사찰을 중단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러시아가 1년 연장 가능성을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뉴스타트 종료로 양국의 핵무기 보유와 배치 제한은 사라졌다. 미국은 '핵전력 현대화'를 명분으로 핵 3축(핵잠수함, ICBM, 전략폭격기) 전반의 성능 개량과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핵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러시아 역시 실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핵교리를 개정하고 3대 핵전력 현대화를 마무리하는 한편 무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신형 전략무기 배치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핵탄두 수 증가보다 '오판 위험'의 확대를 심각한 문제로 본다. 기존뉴스타트 체제 하에서는 상호 사찰과 데이터 교환을 통해 상대의 핵전력과 배치 현황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자국 정보자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양국의 신뢰구조가 약화되고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군사 전략의 특성상 핵정보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위기 상황에서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변수도 부상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핵군축이 더 이상 미·러 양자 문제에 머물 수 없다며 미·러·중 3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협상 필요성을 공개 제기했다. 현재 중국은 약 600기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경에는 1000기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중국은 미·러가 각각 5000기 내외의 핵탄두를 보유한 상황에서 자국이 군축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타트 종료는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핵 군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전략적 게임의 속성을 띠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의 안보 정책이 '세력권 전략'을 표방하면서 중국의 세력권을 허용해 주는 상황에서 굳이 핵군축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국가 무장 프로그램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새 무기 조달 계획을 논의하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억지력을 구성하는 '3대 핵전력'에 대한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3대 핵전력은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의미한다. 2025.06.12. /사진=민경찬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국가 무장 프로그램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새 무기 조달 계획을 논의하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억지력을 구성하는 '3대 핵전력'에 대한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3대 핵전력은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의미한다. 2025.06.12. /사진=민경찬
뉴스타트 이후 글로벌 핵질서… '무제한 경쟁'보다 '자율적 관리' 가능성

뉴스타트가 종료되자 향후 미·러 간의 핵경쟁 구도와 글로벌 핵질서 재편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기존 뉴스타트의 연장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뉴스타트가 심각하게 위반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뉴스타트를 연장하는 대신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는 새롭고 개선된 현대적 조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1년 연장을 제안했지만, 이는 실질적인 조약 연장보다는 미국의 핵능력 증강을 지연시키려는 시간 벌기용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 간 제한 없는 핵경쟁은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미·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악화됐고 상호 불신과 검증 체계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양국 모두 핵전력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파기된 이후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등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무기체계에 기존 핵탄두를 추가로 탑재할 경우 사실상 무제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러∙중 3국은 뉴스타트 종료 이전부터 이미 핵무기를 증강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성이 뚜렷했다"며 "핵감축을 하거나 어떤 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핵전력 현대화와 핵무기 증강에 속도를 내왔기 때문에 당분간 핵군비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정 수준의 '자율적 관리'가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무제한 경쟁보다는 좀 더 유력할 것으로 본다. 이는 양국이 단기적으로는 핵전력 증강과 현대화를 추진하되 기존 뉴스타트 수준을 준수하면서 과도한 확장은 자제하는 방식이다.

강대국들의 핵경쟁이 자율적 관리로 이어지는 핵심 변수는 비용이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핵무기 유지 비용은 약 300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한다. 핵탄두 증강과 운반수단 현대화 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훨씬 커진다. 러시아 역시 전쟁 비용과 경제 제재로 재정 여력이 제한적이며 중국 또한 대규모 증강에는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타트가 폐기됐다고 해서 곧바로 핵강대국들이 무제한적으로 핵탄두 증강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냉전 시절 핵무기 유지와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는 교훈 때문에 결국 핵경쟁은 어느 시점에 가면 조정 압력이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세 강대국의 핵경쟁이 장기화되면 기존 핵보유국의 증강은 용인되나, 비핵국가에 대해서만 핵보유를 금지하는 이중구조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NPT 6조는 모든 당사국이 핵군비 축소를 위해 성실히 협상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핵보유국의 증강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비핵국가에서 자체 핵보유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2차 대전 전범국가로서 핵무장은 물론 재래식 재무장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진 독일마저도 이젠 자체 핵보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안보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핵능력 보유시도가 확산되면서 NPT 체제의 균열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반 교수는 "뉴스타트 종료로 비확산의 제도적 신뢰가 약화된 상황에서 비핵국가에 대한 핵보유 금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향후 NPT 체제는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겠지만 구속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체제의 균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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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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