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는 유가…인플레 반등→금리 상승, 2022년 악몽 재현될까[오미주]

변수는 유가…인플레 반등→금리 상승, 2022년 악몽 재현될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3.04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자산시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반대로 안전자산은 자금이 유입되며 가격이 올라야 한다. 문제는 안전자산 종류별로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인덱스 최근 3개월 추이/그래픽=김지영
달러 인덱스 최근 3개월 추이/그래픽=김지영

엇갈린 안전자산…달러 강세-금 약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DXY)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틀간 1.5% 오르며 지난 1월19일 이후 처음으로 99선을 넘어섰다.

이는 위기 때 당연한 반응으로 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이후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우방국도 가리지 않는 무역 갈등 등으로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례적이다.

반면 미국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일 4.056%로 전일 대비 0.005%포인트 소폭 올랐다. 지난 2월27일 3.962%에 비해서는 0.094%포인트 상승했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수익률 움직임은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과 상관없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일 한때 4.117%까지 급등했으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둔화로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유가 상승 수혜 자산이 승자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이란 전쟁 가운데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 선물가격은 3일 3.5% 하락했다. 미국 달러와 함께 안전 통화로 여겨지는 스위스 프랑과 일본 엔도 각각 0.5%와 0.3% 내려갔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현재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동력은 안전 심리가 아니라 유가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의 수혜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달러 가치가 오른 것도 안전 심리 때문이라기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이자 에너지 순수출국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순수출국인 노르웨이의 크로네 가치 역시 강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임에도 미국 증시가 3일 하락한 것은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에너지 구매업체로 유가 상승시 이익이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S&P500지수에서 에너지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많이 오른 자산이 더 떨어져

최근 자산 가격 변동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점은 많이 오른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금값은 지난해와 올해 급등세를 이어오며 피로감이 쌓인 반면 달러 가치(DXY)는 지난 1월 말만 해도 장 중 한때 95선으로 미끄러지며 약 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었다.

주식시장에서도 올들어 상승폭이 큰 종목이 더 심하게 하락했다. 3일 미국 증시에서는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른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저장장치 회사 샌디스크의 주가가 8.0%와 8.7% 급락했다. 다른 저장장치 회사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와 웨스턴 디지털의 주가도 5.8%와 7.2% 미끄러졌다.

이에 대해 WSJ의 매킨토시는 전쟁을 빌미로 한 차익 실현과 레버리지 축소를 위한 매도라고 해석했다.

유가가 증시 향방 결정

그렇다면 향후 증시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매킨토시는 "유가가 결정할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증시에 나쁘고 유가가 떨어지면 증시에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브렌트유 선물가격 최근 3개월 추이/그래픽=이지혜
브렌트유 선물가격 최근 3개월 추이/그래픽=이지혜

감마로드 캐피털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조던 리주토도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이번 충돌이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차질과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할 잠재력이 있다는 인식이 서서히 퍼지며"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튤레인대 프리먼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피터 리키우티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지속적인 에너지 가격 강세"라며 "이는 기업 실적과 함께 언제나 주가에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인인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에너지 위기 재현?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는 미국과 이란의 이번 전쟁이 유가의 장기 상승세를 유발하는 경우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츠의 키스 뷰캐넌은 블룸버그에 이번 이란 전쟁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때와 유사한 위험을 드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2년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공급망 붕괴로 상승하고 있던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미국 증시는 약세장에 빠졌다.

반면 현재 상황은 2022년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2022년 초 연준의 정책 목표 금리는 제로(0) 수준으로 과도하게 경기 부양적이었으나 지금은 3.5~3.75%로 중립 수준이거나 다소 긴축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당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나 지금은 브렌트유가 81달러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74달러선으로 그 때보다 양호하다.

다만 이란과의 충돌이 장기화하며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상태가 길어질 경우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감안해야 한다.

블랙 골드 인베스터스의 펀드매니저인 게리 로스는 블룸버그에 "이란 정권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세계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다소 제한적이었지만 이 사태가 길어지면 유가가 추가 상승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ADP 민간 고용-브로드컴 실적 발표

한편, 4일엔 오전 8시15분(한국시간 오후 10시15분)에 ADP의 지난 2월 민간 고용 증가폭이 발표된다. 오전 10시엔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 2월 서비스업 지수, 오후 2시엔 연준의 베이지북이 각각 공개된다.

장 마감 후에는 맞춤형 AI 칩 설계회사인 브로드컴과 양자컴퓨팅 회사인 리게티 컴퓨팅이 실적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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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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