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법 301조' 조사 韓 제조업 겨냥…"과잉생산, 흑자 누려"

美, '무역법 301조' 조사 韓 제조업 겨냥…"과잉생산, 흑자 누려"

정혜인 기자
2026.03.12 17:02

전자기기·자동차·철강 등에 '무역법 301조' 조사,
'무역법 122조' 10% 관세 시한 만료 전 마무리…
디지털세·의약품·농산물 겨냥 추가 조사 가능성

미국 켄터키주 헤브런에 있는 버스트 로지스틱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켄터키주 헤브런에 있는 버스트 로지스틱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정부가 한국의 주요 제조업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구조적 과잉생산'이 자국 산업과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지난달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를 다시 부과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한국은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직격탄에 이어 추가 관세 부과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사실을 밝히며 '제조업 분양의 과잉생산'을 이번 조사의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핵심 제조업 분야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연방 관보에 따르면 USTR은 한국에 대해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생산의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자기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해양 장비 등의 수출을 중심으로 글로벌 상품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USTR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것은 전자기기,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생산'에 따른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관보는 "한국의 무역수지가 2023년 무역적자 100억달러에서 2024년 520억달러 흑자로 전환했다"며 "한국의 대미 양자 상품·서비스 무역흑자는 2024년 한 해 동안 560억달러로 증가해 지난해 6월까지 직전 4분기 동안 약 49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석유 화학 부문의 생산능력 축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연방관보에 게시한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발표 자료 일부 /사진=연방관보
11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연방관보에 게시한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발표 자료 일부 /사진=연방관보

"한국 무역흑자는 '구조적 과잉생산' 탓"…디지털세 조사도 예고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와 보복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통상 법률이다. 2018년 미국은 해당 법률을 이용해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와 산업 보조금 정책을 문제 삼아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고, 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 역시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추가 통상 규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USTR의 이날 발표에 미국이 그간 문제를 제기해 온 디지털 규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향후 디지털 서비스세(DST), 의약품 가격 결정, 수산물 및 쌀 시장 접근성, 해양 오염 등의 분야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제조업 이외 다른 분야에 대한 추가 조사 및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예고한 셈이다.

특히 디지털세, 의료품 등에 대한 추가 무역법 301조 조사를 예고한 만큼 한국 디지털 규제안을 겨냥한 관세 부과 압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쿠팡의 주요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며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구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무역법 122조에 따라 부과된 관세 10%의 150일 시한(7월 말)이 만료되기 전 무역법 301조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앞서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는 8월까지 연방대법원 판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USTR과 상무부가 무역 관련 조사들을 완료하면 추가 관세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USTR은 17일 이해관계자들의 서면 의견 접수를 시작으로 이번 조사에 착수한다. 서면 의견 접수는 4월15일까지 마무리되고, 청문회는 5월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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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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