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진행…
미 대표단 쿠바 방문, 2016년 이후 처음…
"개혁 필요"vs"에너지 수입 제한 해제"

미국과 쿠바 정부 관리들이 쿠바에서 차관급 회담을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이란에 이어 쿠바를 다음 군사작전 대상으로 시사한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받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은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쿠바가 지난 10일 쿠바 아바나에서 만나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미 대표단의 쿠바 방문은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 이후 약 10년 만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감독 아래 진행됐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참석자는 밝히지 않았다. 쿠바 측 발표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는 미 국무부 차관보급 인사와 쿠바 외교부 차관급 대표들이 참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대표단은 쿠바와 회담에서 쿠바 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 보급,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몰수된 미국인 소유 기업 및 자산에 대한 보상, 정치범 석방과 쿠바 내 정치적 자유 확대 문제,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쿠바를 방문한 고위 대표단은 회담에서 쿠바 경제가 수직 추락 중이고,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하기 전에 미국이 지원하는 핵심 개혁을 단행할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며 "경쟁력 강화, 외국인 투자 유치, 민간 중심의 성장 허용 등 쿠바의 대대적인 경제 및 통치 구조 개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쿠바 외교부는 미국과의 회담 사실을 확인하며 "상호 존중 속 진행됐다. 양측이 기한을 설정하거나 위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에너지 봉쇄를 해제하는 것이 우리 대표단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의지가 있지만, 쿠바 지도부가 (개혁을 위한) 행동하지 않거나, 행동할 수 없다면 쿠바가 (미국의)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쿠바가 경제개혁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처럼 쿠바에도 군사력을 투입해 정권 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후 여러 차례 쿠바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석유 봉쇄 조치 등으로 쿠바를 압박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상대로 거둔 군사적 성공을 언급하며 쿠바에 비슷한 조처를 할 수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 행사에서 "우리 군은 1월 베네수엘라 수도 한복판에 진입해 무법 독재자 마두로를 체포하고, 미국의 사법 심판을 받도록 했다"며 "이런 강력한 힘은 곧 70년 동안 기다려온 날을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쿠바의 새로운 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다음은 쿠바"라며 베네수엘라, 이란에 이어 쿠바에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군사적 침략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피할 수 없다면 격퇴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