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공급 감소·가격 상승, 비료 생산에 타격…
농업, 파나마까지 번진 물류 차질에 뒷순위로 밀려…
"분쟁 지속 시 내년 작황에도 영향, 시장 '과소평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외교적 해결 기대가 점차 약화하는 가운데, 전쟁의 충격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세계 식량 공급망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료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 작물 생산과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줘 세계 식량 위기를 부를 거란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T 원자재 서밋(FT Commodities Summit)에 참석한 시장 관계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LNG(액화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비료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 식량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뿐 아니라 LNG 수출량의 약 20%와 해상 비료 교역량의 약 33%를 담당하는 핵심 통로로, 에너지 시장은 물론 식량 생산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 최대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 중 하나인 비톨의 LNG 부문 책임자 파블로 갈란테 에스코바르는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이미 시간을 빌려 쓰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LNG 공급 차질이 이미 산업용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며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감소한 가스 수요의 약 40%가 공장, 특히 비료 생산시설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료 공급 감소는 향후 작황 부진과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LNG는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다. 천연가스를 활용해 생산되는 암모니아는 요소 등 질소 비료의 주요 성분이며,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황 역시 인산 비료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에 따라 LNG 공급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이 파나마 운하까지 확산한 점도 식량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산 대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서 운하 통과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선박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해운 중개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자금력이 있는 유조선 운영사들은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운하 우선 통과권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곡물 등 저부가가치 화물을 실은 벌크선은 뒷순위로 밀리면서 운송 지연이 심화하고 있다. 클락슨의 루이사 폴리스 분석 책임자는 "벌크선의 운하 대기 시간은 약 40일에 달하고, 일부 곡물 운임은 이미 50~60%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현재의 공급 차질 사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대 농산물 거래 업체인 루이 드레퓌스 컴퍼니의 최고리스크책임자 비제이 차크라 바르티는 "시장은 장기적인 공급 교란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혼란이 6개월만 더 지속돼도 2027년 작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비료 원료인 황 등이 구리 제련 등 고부가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비료 업체들이 공급망에서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향후 비료 수급 불안과 식량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