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혼란이 이어지면서 올해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가 떠안아야 할 추가 비용이 최대 50억달러(약 7조3500억원)에 달할 수 있단 전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했다. 알루미늄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핵심 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단 지적이다.
GM은 물류비와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을 포함한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올해 수익을 최대 20억달러 갉아먹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작년 말 예상치보다 약 5억달러 증가한 수치다. 포드 역시 공급망 비용 부담이 최대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텔란티스는 고정 가격 계약으로 1분기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피했다면서도 중동 분쟁이 지속될 경우 올해 약 12억달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3사가 제시한 추가 비용은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해 예상되는 60억달러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FT는 짚었다.
자동차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은 알루미늄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약 16% 급등했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게리트 리프마이어 파트너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별도의 헤지가 없다면 차 한 대당 생산 비용이 500~1500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도 부담이다. 원유에서 추출돼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는 나프타 공급 부족은 차량 내장재와 코팅제, 고무 타이어 등 여러 부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업계는 D램 반도체 가격 상승도 우려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 저사양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하랄트 빌헬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올해 남은 기간 원자재 비용이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개별 원자재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선 이란 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차량 할인폭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BCG의 자동차 부문 파트너 알베르트 바스는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리는 업체는 판매 감소 위험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 올린다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