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앨리스 C. 힐 미 외교협회(CFR) M. 루벤스타인 에너지 및 환경 선임 연구원, 멍예 주 스탠포드 대학교 '자연자본연합' 선임 과학자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극한 기후 현상이 미·중 경쟁 구도를 뒤흔들 것이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수도권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베이징에서만 30명이 숨지고, 8만 명이 넘는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사진은 28일 중국 베이징 미윈구의 마을이 홍수에 잠긴 모습. 2025.07.29 /사진=문예성](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7/2026070314224711552_1.jpg)
극단적인 이상 기후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가 향후 미중 전략 경쟁의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앨리스 C. 힐 미 외교협회(CFR) M. 루벤스타인 에너지 및 환경 선임 연구원, 멍예 주 스탠퍼드대학교 자연자본연합 선임 과학자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극한 기후 현상이 미중 경쟁 구도를 뒤흔들 것이다(Extreme Weather Will Upend U.S.-China Competition)'에서 "극단적인 이상 기후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및 기술력의 물리적 기반을 위협한다"며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양국이 극단적인 이상 기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전략 경쟁을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현재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봤다. 과거에는 드물게 발생하던 폭염, 집중호우, 대형 산불, 해수면 상승 피해가 이제는 국가 경제와 사회 기반 시설을 위협하는 상시적 위험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대응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에만 머물 수 없고 이미 현실화된 극한 기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이 같은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중국이 미국보다 한 발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3년 '국가기후변화적응전략'을 처음 발표한 이후 기후 모니터링, 조기 경보, 재해 예방, 생태계 복원력 강화, 기반 시설 개선, 농업과 도시 개발, 공공 보건 시스템의 적응 정책 등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특히 저자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35년까지 중국을 '기후적응사회'로 만들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적응 체계 강화, 취약 지역의 위험 평가 개선, 극한 기상 현상 대응 능력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극단적인 기후 시대를 단순한 환경 위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과 경제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스펀지 도시' 사업은 기후 적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는 집중호우 시 물을 빠르게 흘려보내는 데만 의존하지 않고, 도시가 빗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며 천천히 배출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스펀지 도시 사업은 극단적인 강우가 반복되는 시대에 도시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적응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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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극한 기후에 대비한 전력 변동 관리와 백업 전력망 확충 사업 △남부의 물을 북부로 보내는 '남북 용수 이송 사업' △대규모 조림 사업과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 △기후 재해 관련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보험 강화 △대형 상장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성 식별, 관리 및 공개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일관된 전략이 부족하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미국에선 회계감사원(GAO)이 2013년부터 극한 기상 현상이 연방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 경고했지만 정부의 정책과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 위험을 축소하거나 정책에서 배제하고 있고, 기후 정보 공개와 기상 관측 역량을 약화시키는 등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정보 수집, 예측, 기반 시설 투자가 약화되는 것은 미국의 경제 회복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은 일부 주 또는 도시별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뉴욕시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일부 지역을 높이고 홍수 대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피닉스시는 폭염 대응 전담 조직과 열 흡수율이 낮은 도로를 확대하고 있다. 메릴랜드주는 지방정부들이 협력해 기후 회복력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들은 지역별 대응만으로는 국가 차원의 복합적인 기후 위험에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향후 미중 간 경제와 기술 경쟁에서 기후 적응 능력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극심한 기상 현상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경우 저지대 해안 도시가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기후 재해로 2024년 한 해에만 1827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미 의회예산국(CBO)은 2100년까지 해수면이 60cm 상승할 경우 2500억 달러, 120cm 상승 시에 93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상 기후 적응은 인공지능(AI) 경쟁과도 연결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전력망이 폭염, 태풍, 홍수, 산불 등에 취약하면 안정적인 산업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전력망이 노후화됐고 극한 기상 현상에 취약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전력망 계획과 투자에 기후 대응책을 반영하고 있어,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기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기후변화 적응이 새로운 산업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극한 기상에 견디는 전력망 장비 △분산형 에너지와 저장 시스템 △절수형 관개 장비 △기후 스마트 농업 기술 △기후 탄력 건축 자재 △AI 기반 조기 경보 시스템 △기상·위성 데이터 서비스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극단적인 기후 시대에 국가 경쟁력은 기후 적응 능력에서 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기후 변화가 갈수록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가운데 상황에서 기후 적응이 부족할 경우 재난 대응 비용이 급증하고,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며, 신흥 산업에서 뒤처지고, 궁극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중국의 기후 대응 전략에도 한계가 있지만 장기 계획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미국도 기후 변화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국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향후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