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학교 건강검진 중 여학생의 브래지어 착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학생의 사생활을 보호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 혼선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4일 일본 학내 건강검진과 관련해 자녀가 속옷을 착용하는지 여부를 묻거나 항의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4년 1월 학생들의 정서 안정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체육복이나 속옷을 착용하거나 수건으로 몸을 가린 상태로 검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상반신 속옷 탈의 여부에 대한 기준이 누락돼 학교마다 제각각 대응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가와사키시에 사는 50대 여성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둘째 딸이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집에 돌아와 "정말 싫었다"고 말하며 화를 냈다고 전했다.
검진을 앞두고 학교에서 배포한 사전 안내문에는 '어깨뼈가 가려지지 않고 등 부분이 얇은 속옷을 착용한 채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척추가 좌우로 휘는 척추측만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에서 등이 옷으로 가려지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어서다.
이에 딸은 검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슴 아랫부분을 받쳐주는 밴드 부분이 얇은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그러나 검진 당일 교사는 속옷을 벗으라고 지시했고 딸은 상의를 걷어 올린 채로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이듬해 진학한 중학교도 비슷했다. 이 여성은 사전에 브래지어 착용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는 "학교 의사 방침이라 변경이 어렵다"고 했다. 딸이 중학교 2학년이 된 올해 학교는 학생들의 정서 안정과 사생활 보호를 고려하겠다고 했으나, 브래지어 착용은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딸은 학교 건강검진 대신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자비로 개별 검진을 받았다.
학교마다 건강검진 진행 방식은 제각각이다. 일본학교보건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옷을 착용한 채로 검진한다고 답한 학교는 87.4%다. 대기 공간에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체육복, 수건으로 몸을 가릴 수 있도록 조치한 학교는 52.3%였다.
독자들의 PICK!
반면 일부 학교는 학생들이 상반신을 노출한 상태로 검진받게 한다. 속옷을 입은 채로 검사하면 의료진이 척추측만증 등 골격 질환을 진단하기 어렵고 심장 소리를 듣는 데도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문부과학성 측은 "착용한 옷이 정확한 진단에 걸림돌이 된다면 무조건 속옷을 입으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학교와 담당 의사, 학부모가 소통해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