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 대통령 연금 없애는 코스타리카

'혈세낭비' 대통령 연금 없애는 코스타리카

백소희 기자
2026.08.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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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에 매달 1260만원 지급… 최대 누적수령액은 '30억원'
현직도 폐지 반대했으나 여론 의식 "나부터 포기"… 실제 개정은 국회 통과돼야

주요 코스타리카 전직 대통령의 특별연금 누적 수령액/그래픽=윤선정
주요 코스타리카 전직 대통령의 특별연금 누적 수령액/그래픽=윤선정

로라 페르난데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특별연금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본인 역시 혜택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 등 외신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본인까지 포함해 전직 대통령의 연금혜택을 폐지하는 '전직 대통령 호화연금 무관용' 법안을 최근 공개하고 의회에 제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과거의 모든 전직 대통령, 미래의 전직 대통령들,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코스타리카는 전직 대통령에게 월 400만콜론(약 1260만원)의 특별연금을 지급한다. 이번 법안은 전직 대통령들이 특별연금 대신 일반 연금제도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코스타리카의 장애·노령·사망(IVM) 제도에 보험료를 납부해온 사람이 이후 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더라도 특별연금이 아니라 IVM제도가 정한 기준에 따른 연금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전직 대통령 특별연금은 지난달까지 누적 54억6900만콜론(약 170억원)이 지급됐다. 코스타리카 전직 대통령 8명 중 7명이 실제로 연금을 받는다. 라파엘 앙헬 칼데론 전 대통령은 45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해 9억7200만콜론(약 30억6000만원) 이상을 받아 누적 수령액이 가장 많았다. 43세부터 연금을 받은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전 대통령은 9억3600만콜론(약 29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카를로스 알바라도 전 대통령은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수령을 포기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연금비용은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수천 명의 코스타리카 가정은 월 10만콜론(약 31만원) 미만 연금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연금제도가 실제로 바뀐다.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의회에서 무산됐다. 역대 코스타리카 의회에서 관련법안은 최소 4차례 보류 또는 부결됐다.

이번 법안발표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연금폐지에 반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전직 대통령 연금은 국가 최고직위를 수행한 데 대한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은퇴연금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며 전직 대통령 연금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변안전, 노동시장 재진입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듯 이틀 뒤인 지난 12일 특별연금 폐지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혐오스러운 연금지급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언제든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고 어떤 평가를 받아도 괜찮지만 원칙에 어긋나거나 언행이 불일치한다는 지적만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9일 법안의 세부 시행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우파 국민주권당 소속으로 지난 5월 취임한 그는 마약범죄를 소탕하겠다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취임 100일을 맞아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7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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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백소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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