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력난이 흔드는 삼전닉스 주가?…병목이 된 '전력 인프라'

美 전력난이 흔드는 삼전닉스 주가?…병목이 된 '전력 인프라'

안재용 기자, 김윤희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6.08.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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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Let美Inside'는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올여름 미국은 뜨거웠다. 6월 말 시작된 열돔(Heat Dome) 현상이 8월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주에서는 체감온도 46도, 최고기온 47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최대 전력망 PJM의 전력 수요는 20년 만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워 168기가와트(GW)까지 치솟았고, 미 에너지부는 정전을 막기 위해 전력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에 "15분 안에 비상 발전기로 전환하라"는 경고까지 내렸다. 여기에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돼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LNG 공급이 끊기자, 미국은 기후와 전쟁이라는 두 충격이 동시에 덮치는 최악의 에너지·전력난에 빠졌다. 이 위기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하나가 글로벌 AI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AI 피크아웃' 논쟁에 불을 지폈고, 그 불씨는 미국 국채금리와 빅테크(Big Tech)의 자금조달 비용을 거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황종덕 머니투데이 북미지역 총괄 담당 기자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M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미국 전력난의 구조적 원인과 AI 피크아웃 논쟁,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했다.

미국 전력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이상기후와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겹친 결과다. 에어컨 가동 급증에 AI 데이터센터의 기저 전력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PJM 관할 구역 전력 수요는 166.3GW를 기록해 2006년의 기존 최고 기록을 20년 만에 갈아치웠다. 미국 전역의 원전 94기 전체 발전 용량이 약 97GW임을 감안하면, 원전 168기를 동시에 돌려야 나오는 수요가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미 에너지부는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해 발전소 환경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가스·석탄 발전기를 풀가동시켰으며, 텍사스·루이지애나·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 17개 주에 비상 전력 가동 명령을 내렸다. 일부 대형 데이터센터에는 전력 소비를 강제로 줄이라는 감축(Curtailment) 지시까지 떨어졌다.

이 폭염 지도를 데이터센터 지도 위에 겹쳐보면 충격적이다. 20년 만의 최고 전력 수요 기록을 세운 PJM 관할 구역에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수도'인 버지니아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연계해 새 클러스터를 짓는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가 포함된다. 비상 전력 명령이 떨어진 17개 주에는 데이터센터가 집중 건설되는 텍사스가 들어있고, 서늘한 기후로 각광받던 신규 후보지 아이다호마저 이번 여름 39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피하지 못했다. 열돔이 덮친 곳이 곧 AI 데이터센터가 몰려있거나 새로 지어지는 곳, 그 자체였다.

중동 위기가 이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이란 간 전쟁으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마비됐고, 이란·이스라엘의 상호 타격으로 쿠웨이트·사우디 정유시설과 카타르 LNG 생산라인이 손상됐다. 아시아·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에는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랐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여름을 "세계 에너지 안보의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지목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 소비 폭증과 전쟁으로 인한 화석연료 공급 절벽, 두 위기가 같은 시기에 겹친 것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과거 미국의 전력 수요 성장률은 연 0~0.5% 수준으로 사실상 정체돼 있었다. 그런데 AI 붐 이후 이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2026년 상반기 미국 총 전력 공급량은 2234테라와트시(TWh)로 전년 동기 대비 3% 급증했는데, 이는 과거 성장률의 6배가 넘는 속도다.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텍사스 등 미 중남부 지역의 상업용 전력 판매 성장률은 올해만 9.2%에 달할 전망이며, 이 중 66%가 데이터센터의 초과수요 때문으로 추산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565TWh로 전년 대비 26.4% 급증하는데, 그중 AI 최적화 서버의 전력 소비만 175TWh로 84.2% 폭증한다. 대형 원전 1기의 연간 발전량이 약 7~8TWh 수준임을 감안하면, AI 서버가 한 해 사이에 늘려 쓴 전력량만 원전 22기를 새로 지어야 겨우 감당되는 규모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31GW에서 2027년 66GW로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보며, 2026~2030년 미국 전체 신규 전력 초과수요의 약 40%가 오직 AI 데이터센터 하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여파로 미국 도매 전력 가격은 2024년 대비 32% 이상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51달러로 뛰었고, PJM의 전력 용량 경매가격은 2년 전 대비 12배 폭등했다.

구원투수로 꼽히는 SMR조차 미국은 2029~2030년대 초, 한국은 2035년에야 상업 운전이 가능하다. 2035년까지 전 세계 SMR 누적 용량은 전체 원자력 발전 용량의 단 1~3%에 그쳐, '지금'과 'SMR이 도는 미래' 사이에는 최소 4~5년의 전력 공백기가 존재한다. 핵심 병목은 SMR 가동에 필수적인 차세대 핵연료 고농축저농도우라늄(HALEU)의 공급망이 아직 불안정하고, 초기 건설비용이 대형 원전보다 30~50%가량 높아 경제성 확보에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전기와 물을 무섭게 빨아들이자 미국 30개 이상 주에서 30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세금 감면까지 주며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던 주 정부들이 정반대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이다. 뉴욕주는 50메가와트(MW) 이상 전력을 쓰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해 최대 1년간 환경 허가를 전면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발령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상원 법안 886·887을 통과시켜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망 확충 비용을 일반 가정용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데이터센터가 주변 청정에너지에 직접 투자하도록 강제했다. 메릴랜드·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은 세제 혜택을 폐지하고 데이터센터 전용 고요금제 협상 의무화와 가동 강제 감축 조항을 신설했다.

전력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물이다. 고성능 AI 칩은 막대한 열을 내뿜어 수랭식 냉각이 필수인데,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하루에 쓰는 물이 380만~1900만 리터로 인구 수만 명 소도시가 쓰는 양과 맞먹는다. 그런데 미국에 새로 지어질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극심한 가뭄 지역인 애리조나·텍사스·버지니아에 몰려 있고, 애리조나 피닉스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주민들이 식수 고갈을 이유로 건설 반대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에너지 위기는 이제 금융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가 다시 오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시켜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를 다시 밀어 올린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같은 빅테크는 막대한 회사채를 발행해 데이터센터를 짓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 부담이 커져 신규 착공을 미루거나 규모를 줄이는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 위험한 고리는 따로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고객 중에는 대출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들이는 이른바 '네로 클라우드' 스타트업들도 많다. 엔비디아는 이들의 대출에 보증을 서거나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컴퓨팅 파이낸스(Computing Finance)'를 적극 활용해 왔는데, 금리가 오르면 체력이 약한 중소형 고객사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엔비디아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는 엔비디아 주가는 물론 AI 생태계 전반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진다. 폭염·전쟁발 에너지 위기가 국채금리 상승을 거쳐, 빅테크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 조절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다.

이 흐름의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한국 반도체다. "몇 년 치 수주를 이미 끝냈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소식을 안심하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수주가 꽉 차 있다는 건 계약서를 썼다는 뜻이지, 돈을 다 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계약 구조상 데이터센터가 제때 지어지지 못하면 빅테크는 납품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계약 파기가 아닌 '연기'이기 때문에 계약위반도 아니다. AI 반도체 공급망은 '한국 고대역폭메모리(HBM) → 대만 TSMC(파운드리·패키징) → 엔비디아(설계·판매) → 빅테크 데이터센터(최종 소비)' 순으로 연결되는데, 최종 단계가 막히면 이 흐름은 거꾸로 무너진다. 데이터센터 완공 지연이 엔비디아 GPU 재고 급증으로 이어지고, 한국 HBM·D램 공급 속도 지연 통보로 연결되면 창고에 악성 재고가 쌓이는 구조다. HBM은 특정 고객을 위해 맞춤 생산한 반도체라 '기술적 유통기한'이 있다. 창고에서 6개월~1년이 지나 HBM3E에서 HBM4로 세대가 바뀌면 기존 재고의 가치는 폭락하고, 이는 곧바로 재고자산 평가손실, 즉 어닝 쇼크로 장부에 반영된다.

규제를 피해 빅테크들은 새 부지로 이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주에 SMR 부지를 확보했고, 펜실베이니아에서 폐쇄됐던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으로 쓰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에서 원전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구글은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500MW 규모 계약을 맺고 2030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한다. 샘 알트만이 이끄는 오클로(Oklo)는 아이다호·와이오밍·오하이오의 규제가 느슨한 시골 지역에 SMR-데이터센터 복합단지를 짓고 있다.

문제는 이 대안 후보지들도 전력의 청정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168GW 기록과 15분 대기 명령은 바로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가 속한 PJM 관할 구역에서 나온 것이다. 인텔·구글이 대형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짓는 오하이오는 이미 전력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구조적 적자에 빠졌고, 서늘한 기후를 자랑하던 아이다호마저 역대급 폭염과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순환 정전(Rolling Blackout) 위험 직전까지 내몰렸다. 기존 거점인 버지니아·캘리포니아는 PJM 용량가격 12배 폭등과 규제로 신규 확장의 30% 이상이 보류된 상태이고, 신규 후보지인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아이다호도 SMR·원전 인허가는 유리하지만 168GW 기록과 15분 대기 명령, 순환 정전 위기를 동일하게 겪고 있다. '규제를 피해 옮긴 곳'조차 전력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완벽한 피난처는 없는 상황이다.

이 구조가 한국 반도체에 던지는 시사점도 두 갈래다. 기존 거점에서는 eSSD(기업용 낸드 플래시 저장장치)·범용 DDR5 인도 지연이 가장 먼저 체감되는 반면, 신규 후보지에서는 전력이 부족할수록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연산을 뽑아내는 고효율 제품, 즉 HBM4와 저전력 LPDDR5X·CXL(컴퓨팅 익스프레스 링크) 채택 압박이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착공 지연과 재고 누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반도체 수요의 체질이 고효율 제품 중심으로 서서히 개편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다른 함의를 갖는다. 또한 중동 전쟁은 미국 전력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천연가스 발전 비용을 끌어올려 원전·SMR 건설 자재비까지 폭등시키고 완공 시기를 더 밀리게 만든다. 결국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처 완공의 무기한 연기, 국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국채금리 상승발 빅테크 투자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다만 이것은 '영원한 겨울'이 아니라 '일정이 밀린 봄'에 가깝다. 단기(2026~2027년)적으로는 착공 지연·재고 누적·주가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오하이오·아이다호 등의 원전·SMR 거점이 완공되는 2028년 이후에는 HBM4와 저전력 고효율 반도체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실적 2차 랠리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반도체 섹터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미국발 AI 투자 둔화 우려가 커지면 AI 모멘텀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팔고 미국 국채로 이동할 수 있고, 'AI 수요는 무한하다'는 전제로 부여됐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도 냉정하게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I 서버 수요가 꺾이더라도 스마트폰·PC 같은 온디바이스 AI 수요가 견고하게 버텨준다면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고, 수요 둔화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신규 라인 증설 속도를 스스로 늦추면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식 공급 과잉을 막는 완충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황 기자는 앞으로 세 가지 지표를 함께 챙겨봐야 한다고 짚었다. SMR 연계 데이터센터의 인허가·송전망 연결이 제때 이뤄지는지,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와 엔비디아 컴퓨팅 파이낸스의 부실채권 비율, 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분기 실적에서 HBM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나타나는지가 그것이다. 열돔 폭염과 중동 전쟁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평택과 이천의 공장 가동률까지 흔들고 있는 지금, 반도체 주가의 최근 눌림목이 일시적 조정인지 구조적 지연의 시작인지 판단하려면 실적 발표만큼이나 미국의 전력망·용수·금리 뉴스를 함께 챙겨봐야 한다는 것이 황 기자의 조언이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채널M은 미국에 상주하는 기자가 발 빠르게 수집한 정보들을 싹싹 긁어모아 말해주는 경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Let美Inside'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경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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