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유협정에 베네수엘라 파장… 정치권 "매국행위"

美 석유협정에 베네수엘라 파장… 정치권 "매국행위"

조한송 기자, 정혜인 기자
2026.08.3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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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650억배럴 100년 개발권 확보, 임시대통령 합의"
로드리게스 "자원주권 지킬것"… 법적근거 등 실행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대규모 원유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이 합의로 자원주권을 내줬다며 항의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대규모 원유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이 합의로 자원주권을 내줬다며 항의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 AP=뉴시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대규모 석유를 장기간 독점거래하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올해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축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후 들어선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체제의 안정을 돕는 대가로 석유이권과 실리를 챙기려는 셈법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에선 매국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방금 베네수엘라 정부와 세계 역사상 최대규모의 석유거래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베네수엘라의 존경받는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납세자들의 부담없이, 650억배럴 이상 매장된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미국의 과반통제권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민간사업자는 별도 회사를 만들어 100년간 유전 17곳을 개발키로 했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역시 "이번 합의로 국가재정에 2090억달러(약 288조5245억원)가 들어올 것"이라며 미국과 석유거래 협정을 체결한 것을 환영했다. 다만 그는 29일 심야연설에서 미국 측이 발표한 수치와 달리 "미국과의 국가간 에너지협정은 25년간 유지될 것"이라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50만배럴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에 대한 주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현재 확인된 전체 매장량은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17%에 해당하는 약 3000억배럴로 추산된다. 이번 계약규모는 베네수엘라 석유 매장량의 약 22%에 달한다. 그러나 개발 인프라가 낡아 생산량을 늘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미국 기업과 트럼프행정부가 로드리게스 체제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게 됐다고 분석한다. 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시작되면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교기조 역시 '조속한 민주적 정권교체'에서 '정치교체 여지를 남긴 채 안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협정의 법적·재정적 구조엔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유전을 임차해 직접 운영하는 법적 근거가 베네수엘라 헌법 및 신규 석유가스법상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미국 정부가 유전운영을 위해 타국과 임대계약을 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다.

베네수엘라 정치권의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강경파는 이번 발표에 크게 분노하며 합의의 법적 정당성에 의문을 표했고 일부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이를 '주권의 포기'로 규정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리사 그레이스 타르고 라틴아메리카담당 이사는 "로드리게스와 협력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강화해 신속한 재선거 추진동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로드리게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야권이 분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원민족주의에 대한 민감성 등을 고려했을 때 로드리게스에게도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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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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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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