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 동시 방문에도 러 특사와만 비밀 회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와 비공개로 만났다며 유럽을 포함한 광범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와의 비공개 회동 사실을 밝히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조만간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미트리예프 특사와의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전쟁 종식이 임박했다. 큰 합의가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이상의 문제를 포함할 것이다. 유럽 전체가 포함될 수도 있다"며 "훌륭한 합의가 될 것이며 모두가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전체와 연계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거듭 언급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충돌 중이고 종전 협상은 큰 진전이 없는 상태로, 이번에도 실제 합의가 임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실현되지 않은 주요 합의나 거래 등을 종종 자랑해 왔다"며 "새로운 합의가 있을 거란 이번 전망도 여러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짚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종전 합의를 전제로 유럽 주둔 미국 철수, 미국과 러시아의 유럽 내 공동 경제 프로젝트 추진 등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 경우 공화당을 포함해 의회의 강력한 반대와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라는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우려가 한층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푸틴 대통령 특사와의 비밀 회동, 합의 임박 시사 등의 행보는 미국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고자 백악관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과는 만나지 않고 드미트리예프만 특사만 만났다. 멜라니아 여사는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올레슈키에 대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6일간 휴전 협정을 기념하고자 양측 대표단을 모두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 협정은 지난달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전선에서 이뤄진 임시 휴전으로,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중요한 휴전 성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