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자제한' 합법, 대부업에 '독'

[기고]'이자제한' 합법, 대부업에 '독'

양석승 대부업협회 회장
2006.06.14 17:29

 

최근 법무부가 이자제한법을 부활시키고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대부업체의 대출 상한금리를 현행 연 66%에서 더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부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큰 곳은 지난 2002년 대부업법의 시행으로 양성화된 등록 대부업체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대부업 상한금리가 인하되면 수익성 악화로 음성화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대부업체는 대부업법상 최고 연 6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신용불량자와 같은 저신용자와 거래한다는 특성상 대손상각율과 자금조달비용이 제도금융기관보다 4~5배 높다. 따라서 현재도 중대형업체 이외에는 수익을 창출하기가 만만치 않은 구조다.

 지금 등록 대부업자들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부업정책으로 인해 양성화냐 음성화냐,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 상한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다시 불법 사채업자로 회귀하겠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반면, 수백퍼센트로 고리영업을 하는 불법업자들은 이자제한법 부활을 내심 반기고 있다. 합법적인 대부업체의 영업이 위축되면 급전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4만여개의 사금융업체가 있다. 이 중 1만6000개는 등록을 하고 양성화되었지만, 2만5000개 가량은 아직도 법망을 비웃으며 음성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법무부가 이번에 내놓은 처방전은 합법적인 등록 대부업체에게는 독약이 되고, 불법 사채업체에게는 보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법무부의 이번 정책은 고리대금업자로부터 서민을 보호하는 훌룡한 장치가 되겠지만 불행하게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살인적인 고리사채가 활개치는 것은 규제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현행 대부업법상으로도 연 66%를 넘는 초과이자를 받는 것은 불법이고, 위반시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 사금융시장 평균 금리가 223%나 되고 음성업체가 2만5000개나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법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는 정부의 단속 부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30여명에 불과한 사금융전담 공무원이 4만여개 업체를 감독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불법 사채업자는 손해를 보면서 영업을 하지 않고 적자가 난다고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업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기대수익에 맞춰 불법이자를 징수하고 법망을 피해가며 영업을 할뿐이다. 이자율 인하를 통해 그들로부터 서민을 구하겠다는 것은 사금융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며, 그나마 상한금리를 지키며 영업하는 많은 모범 대부업체를 폐사시켜 불법업자로 전락시키는 악책이 될 것이 자명하다.

 불법업자를 규제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현행 대부업법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불법업자 단속 정책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법을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같이 허술한 단속으로는 아무리 강력한 법조항이 나와도 불법 고리사채의 피해에서 서민을 영원히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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