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미국과 상관없이 간다면

[내일의전략]미국과 상관없이 간다면

황숙혜 기자
2006.07.24 17:33

'탈동조화…'

오늘같은 날 미국과 한국 증시를 두고 탈동조화라고 말하면 걸맞는 표현일까.

초장부터 급락에 베팅한 듯 선물 대량 매도로 지수를 밀어내기 시작한 외국인은 결국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포지션을 정리했다.

IT 기업의 실적 경고와 추가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주 나스닥지수가 주요 지지선을 이탈, 14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코스피시장은 여기에 동요하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연출했다.

고점 대비 낙폭이 여전히 큰 만큼 주가가 매력적이지만 아직 매수가 급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정 부분 미국 증시와의 탈동조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

◇ 미국 기술주 하락의 시사점은= 인텔에 이어 델컴퓨터의 실적 경고로 미국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IT 산업의 경기 둔화를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내 대표 기술주와 연결고리가 아주 강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IT 부진은 PC 부문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PC 교체 사이클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전세계 수요 둔화를 우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IT 기업의 무게 중심이 낸드형과 LCD로 기울어진 만큼 미국 기술주와는 주가 흐름이 차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PC 시장의 동향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수익 기반을 게임기와 모바일 등에 집중되는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인텔의 주가 하락에 국내 IT 대형주가 일정 부분 영향을 받겠지만 제한적인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 탈동조화 어디까지 가능할까= 적어도 8월 미국 FOMC까지는 중동 사태의 개선 여부 및 국제 유가 동향이 시장의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고리를 강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7월 초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동조화가 약화되는 모습이 뚜렷했다"며 "선진 증시의 경우 예상밖의 기업 실적 부진에 약세를 보인 반면 코스피시장은 2분기 이익 감소를 주가에 반영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으로 동조화 고리가 최근 강화되고 있다"며 "실적을 주재료로 움직이는 장이라면 견조하게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 둔화 역시 국내 수출주의 주가 흐름과 연결고리가 될 수 있지만 아시아 수출국의 경제가 개선되는 한편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면서 금리인상이 종결될 경우 전저점을 뚫고 내려가는 급락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류용석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가 실제로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주식시장은 낮은 확률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확률이 낮아도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충분히 걱정한 뒤에 상승 곡선을 타는 것이 시장의 생리이며, 현재 주가 흐름도 이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아직 조심할 때란 의견도= 해외 증시와 일정 부분 차별화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다. 글로벌 경기와 국내 증시가 무관하지 않고 외국인 수급이라는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매수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팀장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까 살 때라는 논리가 성립하지만 아직 대세 상승 흐름을 탈테니까 지금부터 사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스닥지수가 주요 지지선을 뚫고 내려왔고, 지난해 봄 랠리가 시작되기 이전 저점이었던 1900까지는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이 미국 기술주에 비해 양호하다 해도 바닥을 친 후 반등의 의미일 뿐 호황이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토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적이 양호한 기업의 주가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기술주의 실적 경고에 지수가 꺾일 정도로 심리가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강한 상승을 이끌어낼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고, 반등이 약하면 조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황에 강하고 M&A 등 재료를 보유한 종목으로 단기 대응에 나서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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