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중소기업에는 대출 안해주고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린다." 은행들이 자주 듣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은행들이 폭증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중소기업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며칠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들이 늘린 중소기업대출은 22조6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 12조8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도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합니다. 금감원은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좋고 은행들의 연체율도 양호하다며 '다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꼭 좋지만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바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면서 신보와 기보의 보증서가 필요 없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보의 주요 보증 대상 기업군이 종합신용등급 BB+~B에 해당하는 기업들인데 최근 은행들이 이들 기업에 대해 보증서 없이 자체 신용대출을 해 주고 있다는 겁니다. 과장된 엄살이겠지만 신보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신보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라고까지 말하더군요.
상황은 기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보 관계자는 "기업이 기보에 보증서를 신청해 기보가 기술평가를 하고 보증서를 내 줄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은행 직원이 그 기업에 찾아가 신용대출을 해줘 버린다"고 하더군요. "기보에서 보증서 준데요? 그러면 저희 은행이 그냥 신용대출 해드리겠습니다. 기보에서 기술평가서만 받아 놓으세요"라고 한다는 겁니다.
은행이 보증서 없이 신용대출을 해준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보증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좋은 일입니다. 또 담보가 없으면 은행 문턱 넘기가 어려웠던 힘없는 중소기업들에게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그것도 찾아가서 해주고 있다면 칭찬받을 일입니다. 게다가 보증공급액이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국제경제기구의 지적에 따라 보증을 축소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맞습니다.
은행의 중소기업 재출에 대해 꼬투리 잡을려는건 아니지만 다만 한가지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신용대출은 그만큼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철저한 신용평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타행과의 경쟁 때문에 무리한 대출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철저한 신용평가에 근거하지 않은 대출을 하게 되면 또다시 '비오면 우산을 뺏어버리는' 야박한 은행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