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핵 파문속 금강산 '가을비' 맞다

[르포]핵 파문속 금강산 '가을비' 맞다

금강산=강기택 기자
2006.10.18 08:00

북한측 "핵, 남북문제 아니다...안심하고 오라"...평온 유지

"전쟁 걱정 안 해도 된다. 안심하고 와도 된다"(북측 출입사무소 통행검사 요원) "핵실험은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강압적으로 나오니까 그런 것이다"(명승지종합개발회사 관계자) "금강산관광에서 번 돈으로 핵무기 만든다는 것은 억측이다"(북측 해설원)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지만 금강산은 차분하고 평온했다. 북측 세관원, 군속, 해설원 등의 표정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무관하게 표정이 밝았다. 출발 당시 잠시 긴장감을 내비쳤던 관광객들은 단풍구경을 하고 온천을 하며 금강산의 가을을 즐겼다.

17일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790명. 한때 취소율이 60%까지 치솟았지만 10~15%대로 떨어지며 점차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아산은 현재 추이를 볼 때 이번 주말이면 금강산관광객이 평소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강산 만물상에서 관광객들이 북측 해설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금강산 만물상에서 관광객들이 북측 해설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북측, "전쟁 걱정 말고 안심하고 와라"

금강산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은 한결같이 핵실험과 무관하게 금강산관광은 지속돼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50대의 북측 출입사무소 부세관장은 "우리는 평온하다"며 "관광객이 많이 돼야 되는데 왜 취소가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측 인사들은 또 남한에서 억류를 우려하며 관광을 꺼리고 있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명승지 개발회사 관계자는 "인질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현대아산과 매일 관광사업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해설원인 리철숙씨는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신이 나서 설명하게 된다"며 "남측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고 해서 더 잘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금혁 구급봉사대원은 "핵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며 그때문에 남조선 사람들이 금강산에 안 오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들은 현대아산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앞서의 부세관장은 "남측이 정세를 앞세워 관광을 취소하라고 하는데 현대아산이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세관원은 "현대아산에 대해 잘 홍보하겠다고 하면 들여 보내주겠다"며 농담을 걸어 오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관광객 "서울서 듣던 것과는 딴세상"

'별 일 있겠냐'고 여기면서도 출발하기 전 다소 불안해하던 관광객들은 금강산에 도착하면서 서울에서 듣던 것과는 딴판인 현지 분위기에 안도했다. 다만 이날 옷이 젖을 만큼 비가 많이 오고 안개가 끼어 단풍을 마음껏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금강산 온천 앞에서 만난 한 중년의 여성관광객은 "(취소율이 높아)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더 좋다"며 "비만 안 왔으면 더 좋을 뻔 했다"고 말했다. 노모의 팔순에 맞춰 효도관광을 온 계룡산 신원사 견진 스님은 "관광을 정치쟁점화할 필요가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희주(55세,여)는 "1984년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일제 때 금강산 구룡포 앞에서 찍은 사진이 집에 있는데 이번에 남편과 함께 와서 바로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공기도 맑고 물도 깨끗해 오기를 잘했다"고 말했다.

6.25때 초등학생이었다는 임장수(서양화가,66세)씨는 "전쟁 같은 건 걱정하지 않고 왔다"며 "예전에 왔을 때보다 북측 해설원들이 친밀하게 대해 주더라"고 말했다. 동료화가들과 함께 온 그는 "우리 눈에는 모든 게 그림이었다"며 "돌아가서 금강산전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온천과 온정각을 오가는 꽃마차가 금강산온천 앞에 서 있다.
↑금강산온천과 온정각을 오가는 꽃마차가 금강산온천 앞에 서 있다.

北 "남북이 다같이 부자되길 원해"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무소 총소장인 김영현 상무는 "남측에서 관광객들이 꺼려하거나 주저하지만 현지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핵실험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북측이 관광객을 못 들어 오게 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남북간의 긴장완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북측 사람들은 남북이 협력해서 잘 하기를 바라고 한반도가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이 위치한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출신인 북측 해설원 최정혜씨(23세)는 "남쪽에서 퍼주기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에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쪽 관광길이 트이면 설악산, 제주도, 광주 등지를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머니투데이 경제신문 기자라고 밝히자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장군님(김정일위원장)께서 남쪽의 경제력과 북쪽의 군사력이 합쳐 지면 강대국이 된다고 했다"며 "남북이 다같이 하나돼서 부자되는 것을 고민하는 기사를 써 줬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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