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돈육先物 상장 지연

[기고]돈육先物 상장 지연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06.12.04 12:45

선물(先物)거래는 미리 결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시점에 상품을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것인데, 그 효시는 농축산물 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경제적 자원에는 계절적 특성과 운송, 저장의 어려움 등 결점이 있다. 때문에 이를 완충해 줄 수 있는 선물거래가 필요하다.

선물제도는 곡물중심에서 석유, 면화, 금속·비금속, 주가지수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선진국에서는 경제활동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자원에 선물거래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과 경제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1870년부터 쌀 선물거래를 시작해, 현재 전국에 7개 상품선물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옥수수, 면사, 대두, 원당, 커피, 닭 등 다수의 농산물이 취급된다.

이처럼 선물거래는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는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왠지 시대를 역행하는 듯 하다. 예를 들어 농가보호와 유통개선을 위해 축산물 최초로 도입키로 한 돈육 선물거래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당초 증권선물거래소는 연내 돼지고기를 선물시장에 들여오고 추이를 보며 중장기적으로 소, 닭 등 다양한 상품으로 대상을 넓히려 했다. 농가수입 지원과 관련산업 보호차원에서 정부에서도 긍정적이었는데 금융당국의 돌연한 제동으로 시행시기조차 가늠키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은 돈육선물의 상장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점을 돈육가격지수의 검증부족과 투자자들의 홍보미비 등 크게 두가지로 든다.

가격지수의 검증과 관련, 감독당국은 지난 8월부터 산출되기 시작한 돈육가격지수의 검증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돈육가격지수는 정부산하기관이자 비영리법인인 축산물등급판정소가 전국의 도매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매시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발표하는 대표 가격을 기반으로 한다.

이 가격은 전국 생산자, 유통·가공, 심지어는 농림부와 통계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에서도 인용하는 정보다. 가격조작을 우려해 전국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2일 평균한 값까지 사용하고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연구진 및 가격결정 관련자들과 함께 집계과정을 확인하고, 가격지수의 공정성을 검토하면 될 것이다.

투자자, 특히 농가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교육과 홍보가 상품 상장의 전제조건이 되는 시장은 필자가 아는 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는 선물상품 상장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증권선물거래소 및 관련업계가 맡아야 할 몫이지 금융당국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헤지거래를 해야 하는 농가가 투기거래에 가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충분한 위험고지와 거래소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통제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은 모든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금융당국의 검토와 승인 전이라도 미리 상장하여 거래할 수 있는 사전검토제도(pilot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타국 경쟁 거래소들의 유사상품 선점을 방지할 수 있으며, 상장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보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1848년에 도입했던 농산물 선물시장이 아직 우리에겐 시기상조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2006년 한국의 여건이 미국의 150년 전 보다 못하단 말인가.

중국의 대련선물거래소가 곧 생돈선물을 상장할 계획이라 한다. 작년에는 우리 학계에서 검토하고 있던 채소지수선물을 일본에서 상장하여 거래하고 있다. 외국 거래소들의 이런 발 빠른 움직임에도 우리는 옆걸음질만 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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