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지화만이 살 길이다

[기고]현지화만이 살 길이다

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2007.01.18 09:44

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최근 한국에서 외국기업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프랑스계 할인점인 까르푸가 점포를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으며 미국계 월마트도 신세계에 사업을 넘겼다.

세계적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지화 실패'를 이유로 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실천하지 못한 결과다.

작은 나라에 자원빈국이라는 경제환경. 따지고 보면 글로벌은 최근 몇 년간의 화두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지금껏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국가 경영의 원칙이었다.

90년대를 넘어서며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됐다. 과거처럼 '메이드 인 코리아' 완제품이 바다를 건너는 게 아니라 아예 공장 전체와 기술, 브랜드가 이동하고 있다. 해외투자를 받는 위치에서 이제 투자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한 기업이 해외에서 뿌리내리려면 여러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제품의 우수성은 물론, 브랜드와 시장을 키워나갈 때까지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자본력이 중요하다. 해외시장을 이해하고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우수한 인재도 꼭 필요하다.

다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현지화 마인드'다.

20년 넘게 중국 시장을 경험하며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것을 목격하며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울러 해외 비즈니스에서 '편견'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제대로 알게 됐다.

자신의 시스템을 맹신하고 무조건 현지 시장에 그것을 심으려고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현지의 우수한 로컬 기업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다국적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섯부른 자신감은 금물이다.

지난해 초CJ(206,500원 ▲3,500 +1.72%)는 중국사업을 '중국 본사 체제'로 재정비했다. 보다 더 많은 결정권을 현지에 주기 위해서다. 단순히 해당 사업부문의 중국 지점 또는 점포가 아니라 중국을 하나의 비즈니스 유닛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통일되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CJ는 북경과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조미료 및 육가공 사업을 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특이한 종류의 다시다(大喜大)가 팔리고 있다. 계육분 다시다가 그것이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만 팔린다. 고기 육수나 멸치 육수를 즐겨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닭고기 육수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습성에 맞춘 상품이다. 햄 등 육가공 제품 역시 붉은 기가 많이 돌아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중국인들은 분홍색 제품을 더 선호한다.

급여체계도 중국식이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직원들의 보수를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중국인들만큼 자본주의적 속성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철저히 능력과 업적에 따라 평가해 주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기 일쑤다.

현지화는 글로벌 경영의 종착역이다. 비록 CJ가 한국기업이긴 하지만 중국에선 중국인 CEO가, 인도네시아에선 인도네시아인이 CEO를 맡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CJ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 할 것이다.

글로벌은 당위다. 비록 지금 이시간 상해의 황포강변에는 수많은 다국적기업들의 광고판이 현란하지만 '현지화가 살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국 기업들이 많아지는 만큼 그 곳에 우리 기업들을 위한 자리도 많아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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