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수위·투자기업 선정과정 등 양자간 불만 불거져
"'장하성 펀드'는 틀린 말이다. 그는 단지 조언자 일뿐이다." (라자드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시시 부타니 회장)
"지금까지 편입한 종목은 내가 OK한 것이다."(장하성 고려대 교수)
이른바 '장하성 펀드'인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의 운용주체인 미국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이하 라자드)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간의 잠복했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낙후된 국내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이를 통한 기업가치상승'이란 공통된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투자대상 선정과 지배구조개선방안, 수익률 실현 방법 등을 놓고 양자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라자드와 장 교수간에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제고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날 5.4%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한 벽산건설까지 8차례 투자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불만이 증권업계로 흘러나오고 있다.
◇ 同床 : 지배구조 개선→기업가치 상승
장 교수와 라자드는 5년 전부터 '낙후된 한국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란 원칙에 의기투합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운동을 하면서 인관적 신뢰를 쌓아던 점도 양자가 손을 잡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의 실질적 운용자인 '존 리'는 지난 1월말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업지배구조조정에 관해 장 교수와 5년 전부터 의견을 나눴다"며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당했는데 옛날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위기의식에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존 리를 잘 아는 한국운용의 한 고위 관계자도 "당시 존 리가 한국증시의 저평가 상태가 상당부분 해소, 추가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된 기업을 선정,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수익률 제고전략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장 교수도 "기관투자가가 급성장한 자본시장에서 '펀드'가 보다 효율적인 지배구조개선 수단이라고 판단, '장하성 펀드'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머니투데이 1월 31일자).
◇異夢 -1 : 라자드냐 장하성 교수, 운용주체 논란
라자드펀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위 '실세'가 누군인지를 두고 라자드 측과 장 교수 측의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라자드 측은 한국에서 자신들을 '장하성펀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명칭이 틀렸다"라며 장 교수의 역할을 '조언자'(Advisor)로 한정했다.
아시시 부타니 라자드 회장은 "우리는 '장하성 펀드'가 아니라 '라자드 펀드' 이며, 장하성 교수를 비롯한 좋은기업지배구조센터 등에서는 단지 투자 조언을 할 뿐"이라며 "우리는 '투자자'로서 어느 주식이 싸고 좋은지를 결정하고, 장 교수로부터는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이슈나 소액주주의 권리 등에 대한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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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부타니 회장은 투자 자문이라는 계약서상의 내 역할에 대해 말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모든 의사 결정권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존 리가 가지고 있고, 그가 모든 투자 결정을 나와 상의하기 때문에 나의 결정은 종목 선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라자드 펀드가 투자한 종목은 모두 내가 오케이한 종목이라는 것"이라며 "한국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나를 보고 투자하고 있으며, 내가 라자드펀드에서 손을 떼는 순간 상당수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라자드쪽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이 라자드측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표현했다.
◇異夢 - 2 : 투자대상 선정을 둘러싼 이견
장 교수가 오케이한 종목들이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적합한지를 놓고 양자간에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50%를 넘을 경우 지배구조개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예가 대주주 지분율이 70%가 넘는 대한화섬.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는 모 자산운용사 관계사는 " 미국의 지배구조개선펀드는 일반적으로 대주주지분이 30% 미만인 종목에 투자한다"며 " 대주주 지분이 높으면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펀드 투자자의 목소리가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언론을 통한 공개압력을 통해 지배구조개선요구를 관철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대한화섬의 경우는 장 교수의 언론플레이 등 공개적인 압력에 의해 결국 요구사항을 들어줬지만 이를 계기로 '장하성 펀드'의 적대적 성격이 각인되면서 양자간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후문이다.
즉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라자드 입장에서는 장 교수의 '언론 플레이'를 통한 공개압박이 자칫 '헤지펀드'로 비춰져 한국시장진출에 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운용의 관계자는 특히 "한국시장비중이 1%에 불과한 라자드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장기성 자금을 노리고 한국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자드의 이미지가 악화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고 전해줬다.
◇異夢 -3 : 수익실현계획(Exit Plan)에 대한 상이한 입장
양측은 수익률 실현방식을 놓고도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라자드 측은 장기투자를 표방하지만 환매가 들어올 경우 이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단기 수익을 내고 떠날 마음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1년 평균 매매회전율이 15% 가량 되는 만큼 일정 부분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
반면 장교수는 단기 차익 실현을 현시점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 교수는 "주주들에게 원금이상을 되돌려 줘야 하는 것은 펀드운용자의 기본 임무"라고 인정하면서도 "단기수익률보다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장기수익률을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장기투자를 시사했다.
이같은 라자드와의 갈등설에 대해 장 하성 교수는 최근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장 교수는 "자신은 라자드에서 고용한 인물도 아니요, 자신이 선택한 것은 라자드가 아니라 존 리(한국명 이정복)일 뿐"이라고 밝혔다. 라자드는 존 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일 뿐, 자신과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또한 "존 리가 도이치에 남아 있었으면 도이치와의 관계를 맺게 됐을 것"이라며 "나의 선택은 100% 존 리와의 신뢰에 의한 것일 뿐, 라자드 본사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장교수와 라자드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불완전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