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펀드 수혈…'벤처르네상스' 재현

500억펀드 수혈…'벤처르네상스' 재현

대담=김영권 정보과학부장, 정리=김희정 기자, 사진= 최용민 기자
2007.04.09 08:50

[머투초대석]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

"벤처기업협회가 기술경영의 심장이 되게 하겠습니다. 벤처 2세대가 가는 길을 지켜봐주십시오."

백종진 한글과 컴퓨터 회장이 벤처 '세대교체론'을 외치며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한 지 한 달을 넘었다. 구심점이 취약한 벤처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공약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벤처기업협회는 한국 벤처기업의 성장 기틀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벤처의 범주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산업별ㆍ지역별 협의체들이 생기고, 벤처 관련 제도가 어느 정도 정비됨에 따라 협회의 역할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산업의 신화 재현을 위해 총대를 맨 백종진 회장을 만나봤다.

 

- 지난 2월 협회장 취임사에서 벤처 펀드 500억원을 결성하겠다고 했는데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협회장직 임기 내에 500억원의 벤처 펀드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빨리 실행돼 4~5월 안에는 가시화 될 듯 합니다. 연기금 300억원, 은행권 100억원 등 400억원의 자금이 이미 모집된 상황입니다. 또 50억~100억원은 협회 내 선도적인 벤처기업들이 투자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경쟁력 있는 후발 벤처기업인들이 자금이 없어서 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죠. 10억원만 투입돼도 탄력을 받아 클 수 있는 회사인데 상장 전이라 자금을 변통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일단 500억 펀드로 시작하지만 1차 펀드 진행상황을 봐서 2차, 3차 펀드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 협회가 벤처펀드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무엇입니까.

▶창투사 지인이 기업구조조정(CRC) 펀드를 만들려고 조성해 놓은 400억원의 자금이 있었는데, 벤처 M&A 펀드를 만들자고 설득했죠. 이름은 M&A 펀드지만 IPO(기업공개) 전 단계의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형식입니다. 적대적 M&A를 염두에 둔 게 아닌 만큼 대주주 지분을 위협할 만큼 공격적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펀드 운영은 창투사가 하고 협회는 심사역 역할만 지원합니다.

투자 대상을 벤처기업협회 회원사로 한정해 IPO까지 갈 수 있는 잠재력이 큰 회원사들에게 자금 숨통을 트여줄 생각입니다. 벤처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면 먼저 벤처기업협회부터 가입하라는 얘기죠. 이렇게 회원사를 늘려가고 회원사들에게 벤처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준다면 협회의 위상도 커지지 않겠습니까.

- 최근 벤처캐피탈의 투자 형태가 지나치게 바이아웃(Buy-out) 쪽으로 치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벤처기업협회의 회장인 동시에 벤처캐피탈의 대표로서 상충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신생 벤처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벤처가 활성화되려면 벤처캐피탈이 돈을 벌어야 합니다. 경영진으로서 자질이 없으면 시장에서 '아웃'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죠. 미실현이익에 과세를 하고 M&A를 규제한다고 벤처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한국의 벤처는 10년의 버블이 꺼지면서 옥석을 가려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또 벤처 초기에는 공대 출신의 CEO가 기술을 무기로 조직을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기업이 성장하면 CEO도 같이 변화해야 합니다. 기업은 성장 단계 별로 그에 적합한 CEO의 역할과 자질이 달라지죠.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탈이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해야 합니다. CEO도 경우에 따라서는 바뀔 수 있어야 하고요.

벤처캐피탈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창업자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단계는 여기까지구나'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벤처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활성화돼야 대한민국 벤처가 살 수 있습니다.

- 협회 차원에서 벤처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겠다고도 했는데 진척이 있습니까.

▶연구소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연구소를 꾸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수석 부회장단들이 기부한 자금을 보태 상근 실장과 팀장을 두고 연구소장은 비상근으로 하면서 자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5억원 가량의 예산을 마련했고, 정책 관련 연구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용역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 연구소장을 비상임으로 하면 연구소 설립 효과에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연구실장은 한글과 컴퓨터의 이사급으로 대우하고 한글과 컴퓨터에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해습니다. 협회의 예산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해서죠. 물론 소장직을 비상근으로 하면 파급효과가 적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연구소 예산이 5억원으로 한정되다보니 상근 소장을 두는 게 큰 부담입니다. 간판 스타급 교수를 벤처정책연구소장으로 두는 건 벤처답지 않을 수도 있고요.

- 협회 차원에서 고민하는 벤처 활성화 대책은 무엇입니까.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회수시장 확대를 위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유일한 회수시장인 코스닥 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기술중심 벤처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M&A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술거래를 확대시켜야 합니다. 기업이 상품처럼 거래될 수 있는 '기업 거래소' 도입도 검토해야 합니다.

벤처기업 95% 이상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합니다. 협회 차원에서는 지난 2000년 결성한 INKE(한민족벤처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해외 벤처 기업인들의 인맥과 정보를 이용해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INKE는 20개국에 28개 지부를 두고 있고 지금까지 1억 달러 이상의 비즈니스 교역을 창출했습니다.

INKE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인데 INKE를 통하면 비즈니스가 이뤄지는구나 싶도록 만드는게 선결과제겠죠. INKE 조직을 성과위주로 재편하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할 것입니다. INKE가 벤처기업을 위한 종합수출상사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입니다.

- 취임 한달이 지난 소감이 남다를 듯 합니다.

▶협회장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벤처기업이 재도약해야 하는 민감한 시기에 협회장을 맡았습니다. 창업인도, 기술인도, 제조인도 아닌 제가 벤처기업을 대표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왕에 주어진 임무인 만큼 제2의 벤처시대를 열도록 달릴 수 있는 데까지 달려보자는 각오입니다.

일단 1주일에 한 번은 점심시간에 협회 회원사를 직접 찾아갈 생각입니다. 협회가 벤처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무엇보다 회원사들간의 스킨쉽이 중요합니다. 어떤 모임이든 재밌고 유익해야 회원들이 모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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