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조작..주가상승속도까지 조절

놀라운 조작..주가상승속도까지 조절

서명훈 기자
2007.04.17 21:34
[편집자주] - 고수익 미끼 다단계자금모집 - 당국감시 피해 '서서히 주가올리기' - 저축은행 주식담보대출 이용도

최근 당국에 적발된 피라미드 주가조작에는 자금모집이나 '치고 빠지기'전략 모두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법이 동원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작전 세력'은 당국의 감시 시스템까지 간파해 주가를 '조용히' 끌어올렸다.

17일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우선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1번 투자자가 2,3번 투자자를 물어오는 식이었다. 중간 중간 주식을 처분해 배당금을 지급하며 입소문을 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주가조작에 사상 최대 규모인 728개 증권계좌를 동원했다.

실행 단계는 더욱 치밀했다. 예를 들어 1번 계좌에서 시세보다 10원 높여 매도 주문을 내면 2번 계좌가 이를 매수하고, 다시 3번 계좌가 10원 높여 4번 계좌가 사들이는 등 계단식 매매가 꼬리를 물었다.

이는 전통적인 통정매매 방식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갔다는 후문이다. 계좌간 연관성 파악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주가도 한번에 크게 높이지 않았다.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되기 직전 매매를 멈춘 뒤 다시 올려 당국의 대응을 조회공시 요구외에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한번 사용한 계좌는 폐쇄해 추가적인 감시도 따돌렸다. 실제 L사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새 주가가 50배 급등한 사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6차례에 불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번 계좌가 10원 차익을 거두고 다시 문제의 주식을 거래하지 않았다면 주가조작으로 보기 힘들다"며 "거래 회수와 차익 규모 자체가 과거 시세조종과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고 전했다.

이들 세력은 상호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대출 모집업체들이 시세조종 혐의자들에게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을 알선해 주기도 했다.

증권 계좌에 1000만원이 있는 경우 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2500만원 정도 대출받을 수 있다. '말단'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을 올릴 생각에 이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세력은 그만큼 많은 실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L사 시세조정에 동원된 728개 계좌의 보유 비중이 상당히 높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처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게 이 사건에 휘말린 투자자들이 자칫 대부분의 피해를 떠 안는 함정(사기)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번 주가조작에는 유사수신 업체들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라미드 방식 자체가 유사수신 업체가 즐겨 쓰는 수법인데다 수많은 투자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주가조작 전문가와 유사수신 업체의 합작품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단기간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25개 업체를 경찰청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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