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車 양보 없으면 개방안 후퇴" 압박

EU "車 양보 없으면 개방안 후퇴" 압박

브뤼셀=김익태 기자
2007.07.17 16:16

한-EU FTA 협상 첫날‥車 놓고 양측 대립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대 진영의 분위기 파악에 중점을 뒀던 1차 협상과 달리 벨기에 브뤼셀에서 벌어지고 있는 2차 협상은 주도권 쟁취를 위한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홈그라운드에서 EU 측의 공격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EU 측은 협상 첫날인 16일(현지시각) 우리측 상품 개방 수준에 불만을 제기하며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최장 7년내 모든 상품의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개방안을 제시한 EU와 달리 우리측은 농수산물 등 250개 품목 뿐 아니라 금융과 투자 분야에 대한 개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EU 측은 "만일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자신들의 개방안을 후퇴시킬 수 밖에 없다"며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車 7년내 관세철폐 '불만'=예상대로 2차 협상의 최대 쟁점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였다. EU 측은 상품 전반의 개방 수준을 문제 삼았지만, 특히 자동차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우리의 대(對) EU 자동차 수출은 연간 74만대, 수입은 1만5000대 수준이다. 지난해 대 EU 무역흑자 180억 달러 중 65억 달러 가량이 자동차에서 발생했다.

EU가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수출입의 불균형에 있다. 현재 우리 자동차에 대해 EU는 1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EU 자동차에 대한 우리측 관세율은 8%다.

양측은 자동차의 관세 철폐기간을 모두 7년으로 제시했다. 양측이 7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면 우리는 매년 1.1%포인트씩, EU는 1.4%포인트씩 관세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EU 측은 우리 제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렇잖아도 적자가 심한데 얻는 것 없이 시장을 열어줄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대우하는 것을 정치·행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협상 첫날 EU 측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한·미 FTA를 지켜봤던 EU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 FTA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차에 부과하는 8%의 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했다.

◆관계 부처 다른 목소리=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 우리측이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물론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통상교섭본부 얘기다. 이와 달리 국내 자동차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자원부의 입장은 다르다. 쉽게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관세철폐 기간 7년을 앞당기라는 우리 측 의견이 받아들여져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럴 경우 EU 측 개방안은 거의 100% 5년 이내 관세가 철폐된다.

이 경우 EU는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고 여기는 우리 개방안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 자명하다. 다른 분야에서 이에 상응하는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우리에게 있다.

김한수 수석대표 역시 "우리 측 주장이 반영되면 우리안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는 상대방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난감해하며 "국내에 돌아가면 부처간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車 비관세장벽도 이견=비관세 장벽에서도 양측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EU는 우리가 가입하고 있는 유엔 경제위원회(ECE) 안전 기준120개 중 102개 기준을 7년에 걸쳐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자동차시험검사소의 인원 등 예산문제가 수반돼 쉽게 받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기준 문제도 불거졌다. EU 측이 미국 기준을 문제 삼았지만, 우리는 미국 등 다른 수출국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도 EU 측에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한국 차에 적용하는 것을 늦춰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 차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부정적 대답이 돌아왔다.

한편 우리측은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를 재차 강조했지만, EU 측은 "법률ㆍ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로 전체적인 협상 흐름을 봐서 외교당국과 서서히 거론하겠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