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필 등 적대적 M&A 대책 필요성 시각 엇갈려
금융감독 당국이 금산분리 원칙 완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이번엔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수단 도입 문제를 놓고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공정위의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도 경제부처간 이견이 표출된 점을 감안하면 그 동안 잠복해 있던 이슈들이 모두 수면위로 부상한 셈이다.
포문은 금융감독원이 열었다. 금감원은 막대한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포이즌 필(Poison Pill) 이른바 독소조항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재정경제부는 인위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차단하고 국제기준에 벗어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적대적 M&A방어책 필요해= 포이즌 필이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M&A 시도가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 주주들에게 특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포이즌 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24일 일본의 포이즌 필 제도 도입을 거론하며 "관련 법 개정에 대비해 포이즌 필 제도를 연구한뒤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혔다.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경영권 공격이 시도되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쓸데없이 많은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 있을 경우 기업이 본업에 보다 충실할 수 있고, 경영권 방어에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로 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적대적 M&A에 대해 재계가 느끼는 불안감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KOSPI 200대 '기업 중 적대적 M&A 위협에 방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49.7%에 그쳤으며, 50.3%가 '방비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국내 간판기업 절반 가량이 적대적 M&A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적대적 M&A에 적절한 방비가 되어 있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대다수(95.4%)가 ‘대주주 지분율’(80.5%)과 ‘자사주 매입’(14.9%) 등 주로 지분율 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지난 11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금액은 5조38억원으로 전년동기 4조1103억원에 비해 21.7% 증가했고, 취득주식수 역시 6611만주로 21.4% 늘었다.
◇ 재경부, 적대적 M&A 방어수단 도입 문제 있어= 재경부는 적대적 M&A 방어수단 도입에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권오규 부총리는 이날 "포이즌 필 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대적 M&A방어책과 관련)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자본의 원활한 이동을 제한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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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 상황은 아직 좀 더 기업투명성과 구조조정의 효율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M&A와 같은 시장압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M&A 위협이 있을 경우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고 경영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있지만 우리의 상황은 M&A 단점보다 장점이 더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재경부는 특히 일본의 포이즌 필 도입과 관련,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일본을 근거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본이 라이브 도어 사건을 계기로 작년에 신회사법을 만들어 회사 정관에 포이즌 필을 포함시킬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경영권 방어라는 당초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했다.
현실적으로 재경부가 적대적 M&A 방어수단 도입에 찬성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안 논의 당시 인위적인 M&A 방어책을 도입하지 않기로 이미 결론을 내린 가운데 경제부총리가 적대적 M&A방어책을 검토하겠다고 한다면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에서 더 큰 흠집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