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가담자 49명과 법인 1곳이 사법처리를 받은 KPT·루보 주가 조작 사건은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자금을 모집하고 전국에 뻗친 점조직을 통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점에서 한단계 진화한 주가 조작 사건으로 기록됐다.
검찰은 주가 조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 피해 확산을 막고 범행 관련 주요 인물들 대부분을 사법처리할 수 있었다.
◇전국적인 주가조작망 점조직으로 관리= 최초 주가조작을 시도한 김모씨(52·구속기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자금력에 한계를 느끼자 전국적으로 회원을 모집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마음먹고 목사 김모씨(55·구속기소), 전 JU그룹 사업자 정모(49·구속기소) 등과 함께 투자설명회에 나섰다.
김씨 등은 투자설명회에서 주로 전직 제이유 사업자들을 상대로 "기업 M&A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제이유그룹 활동 때 입은 손해를 회복시켜 주고, 월 5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회원이 될 것을 종용했다. 회원 가입이 속속 이뤄진 결과 지난 4월에는 회원이 3000여명에 육박했다.
조직은 중앙집행부에서 지시사항을 지역팀장에게 이메일, 팩스 등으로 알려주면, 지역팀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회원에게 이를 전달하는 등 점조직 형태로 관리됐다. 김씨 등은 일부 회원들로 하여금 저축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주가 조작 자금을 조달하게 하기도 했다.
주식 거래는 전국 각지에 33개의 서버를 갖추고 100여개의 무선 모뎀을 동원해 수사 기관의 IP추적을 따돌렸다. 그 결과 동원된 증권 계좌 728개, 자금 1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록됐다.
검찰 수사 착수된 후에도 이같은 조직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착수 후 조직망을 이용해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바꾸고 검찰에서 오는 전화는 받지 말라. 출석 요구에는 응하지 말라'라고 지시가 내려지는 한편 '수사기관에서는 전 증권회사 직원인 이모씨가 주범이라고 진술하라'고 구체적인 진술 내용까지 입을 맞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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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가압류로 범죄수익 회수=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가 조작 혐의가 있는 계좌 9개를 신속하게 가압류함으로서 혐의자들이 범죄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봉쇄했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혐의자들은 이익을 실현하고 수사 사실을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형사 처벌도 '바지사장'이 받는 경우가 많아 수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가압류 조치로 혐의자들은 현금 8억8000만원과 주식 97억여원 상당을 인출할 수 없게 됐고, 검찰은 이를 범죄수익으로 환수할 수 있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를 가압류한 최초의 사례"라며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한편 범행 동기를 줄이게 돼 유사한 범죄의 확대 방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개시됐다는 것도 이번 사건의 중요한 특징이다. 일반적인 주가 조작 사건은 주가 조작이 끝나 주가가 하락하고 난 뒤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가고, 조사를 마치면 그 결과가 검찰에 통보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증권거래소로부터 지난 3월19일 불공정 거래 혐의 통보를 받고, 불과 10일 남짓이 지난 다음달 2일 그 내용을 대검 중수부에 통보했다. 주가조작 규모가 커 대규모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