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쉽게 끝날 조정 아니다

신용경색, 쉽게 끝날 조정 아니다

유일한 기자, 김유림
2007.08.01 10:20

위험자산 회피 성향 뚜렷… 유동성 랠리 한계 직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심상치 않다. 차입매수(LBO)시장 위축 등을 통해 인수합병(M&A) 열기가 냉각되고 있으며, 위험자산인 주식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화됐다. 글로벌 증시가 직접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4% 넘게 급락한 미증시는 전날 소폭 반등하는가 싶더니 31일(현지시간) 다시 1% 넘게 하락했다. S&P500지수는 중기지지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해 보다 중요한 지지선인 200일선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미증시의 조정은 아시아로 전염되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가 1.7% 급락하며 1900선 아래로 밀려난 가운데 일본 증시도 낙폭을 확대하며 1% 넘게 하락했다. 호주 대만증시도 1% 넘게 하락세다.

미국증시 흐름에 다소 차별적인 흐름을 보이는 중국증시의 움직임이 관건이지만 글로벌증시는 크게 볼 때 미국시장에서 불어닥친 서브프라임 한파에 '꽁꽁' 언 모습이다. 여름 휴가시즌을 전후로 기대된 '서머랠리'와 정반대의 움직임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증시 랠리를 견인한 유동성 파워가 이전처럼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기지업체 파산 위험 증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자산 관리로 유명한 GMO펀드의 제레미 그랜덤 회장(사진)이 최근 시작된 신용 경색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5년안에 헤지펀드 절반이 청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최소한 한 개 대형은행과 한두개 사모펀드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랜덤은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다. 장기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했지만 신용시장의 냉각은 적지않게 걱정된다는 뜻이었다.

그램덤이 우려할 정도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의 심각성을 갈수록 더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알트-A 모기지의 부실을 경고하며 관련 채권 등급을 하향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브프라임보다 높은 중간 등급의 모기지도 부실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업체들이 잇따라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발표했다. 어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는 " 더이상 모기지 자금을 제공할 수 없게돼 자산을 청산해야한다"고 했고 발표했다.

주택대출보험사인 MGIC 인베스트먼트와 레디언 그룹도 서브프라임 모기지회사에 대한 공동 지분 10억달러 이상이 휴지조각이 됐다고 토로했다. MGIC 인베스트먼트와 레디언 그룹이 공동소유했던 '크레디트 베이즈드 에셋 서비싱 앤드 시큐리티제이션'은 "새로운 현금을 얻기 위해 물색중"이라고 밝혔다.

◇신용경색이 증시에 부정적인 이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은 신용경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증시의 경우 신용경색이 차입매수(LBO) 시장 위축을 가져오고, 기업들의 자사주 바이백(매입)도 둔화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위험을 선호하던 그간의 마인드에서 이제는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높아진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올해 성사된 인수합병(M&A)시장 1조1700억달러의 39%를 차지할 정도였다. 차입매수를 통해 사모펀드들이 공격적인 M&A에 나섰고 이는 주가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강력한 모멘텀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게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신용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이는 대출담보부증권(CLO)시장에도 혼란을 가져왔다. CLO는LBO시장을 떠받든 주축이었다.

레버리지 대출시장의 투자자들은 더 많은 금리과 담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차입매수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

낮은 금리는 또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자극하며 증시를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차입에 바탕을 둔 자사주 매입은 더이상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올해만 32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이 발표됐다. 지난해 전체 규모 3650억달러에 육박한다. 한마디로 증시에 유입되는 유동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위험자산에 등돌린다

투자자들이 차입매수 상환의 지연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서브프라임 부실은 헤지펀드에대한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피치에 따르면 330억달러 이상의 대출과 정크본드 상환이 지난달 연기됐다.

위험자산을 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투기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가파르게 확대됐다. 전날 10년만기 재무부채권과 투기등급 회사채 간의 스프레드를 나타내는 'KDI 하이일드데일인덱스'는 8.79%로 올랐다. 월초만해도 2.2%에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하이일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이 지난 2개월간 1.8%포인트나 높아졌음을 뜻한다.

재무부채권과의 스프레드는 7월들어 1.26%포인트 확대돼 4.24%로 높아졌다. 지난달 27일에는 2005년 5월 이후 최고치인 4.28%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다.

투자자들의 우려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등으로 고수익-고위험 채권, 다시말해 정크본드 가격은 7월들어서만 3.9% 하락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악의 손실이며 금액으로 치면 310억달러에 이른다. 정크본드는 이로써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긍정적인 측면도 보자

신용경색으로 헤지펀드나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금리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있다. 대략 2%의 조달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금리가 조금 올랐다고해서 경기에 큰 영향을 줄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대규모 자금을 윤용하는 금융그룹 TIAA-CREF의 브렛 해몬드는 "장기금리, 인플레이션, 신용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며 "신용시장이 위축될 수 있지만 이는 단기간의 흐름이고 큰 흐름에서는 추세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용시장에 숨통이 트인다는 기대도 있다. 미국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은 텍사스주 전력회사인 TXU를 430억달러에 인수하는데,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한 6개 은행들이 자금을 지원한다는 합의를 지키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대출을 통한 대규모 M&A와 자사주 매입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투자자들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로 회귀하는 정석투자가 제자리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P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대표인 킹맨 펜니맨은 "투자자들이 LBO시장에서 벗어나 다시 펀더멘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증시 랠리를 주도한 것은 탄탄한 펀더멘털이 아니었다. 기술적 조정을 거치게된다면 시장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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