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공간, 1408번지

당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공간, 1408번지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7.08.03 13:07

[쿨머니,아름다운소비]<5-1>반환경·반인권 제품

[편집자주] 돈, 아껴야 잘 삽니다. 하지만 잘 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쿨머니, 아름다운 소비' 캠페인이 여러분께 새로운 소비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가상의 인물 '아소녀(아름다운 소비녀)', '아소남(아름다운 소비남)'과 함께 가치를 생산하는 소비자가 되어 보시겠습니까?

"여기다. 1408번지. 어라? 문이 열려 있네?"

원생남(대학원생, 27)이 손을 대자 대문이 스르륵 열린다. 기록녀(대학생, 23)가 들어서며 눈을 휘둥그레 뜬다.

"와~크다. 잘 사는 집인가 봐. 정원에 잔디도 깔았네? 아소녀 언니네는 다 여행 간 거야? 그러면 이틀 동안은 우리가 주인인가? 히히."

기록녀가 정원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뛰어 집안으로 들어간다. 페인트를 하얗게 칠한 이층 주택은 전원주택 안내서에 막 빠져나온 듯 깔끔하다. 집 뒤 야산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인적 없이 조용하다.

아소남(무직, 29)도 집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목 뒤가 선뜻하다. 올려다 보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온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흰 집이 형광빛을 발한다. 더위로 땀이 맺힌 아소남의 팔에 소름이 쫙 돋아난다.

"형, 공 한번 차자. 진 사람이 밥 짓기 오케이?"

원생남이 잔디밭에 뒹구는 축구공을 잡아 아소남한테 던진다. 기록녀가 집안에서 "워크숍은 언제해?"하고 소리친다. 아소남은 공 위에 발을 얹고 대문을 향해 선다.

"오케이! 자, 대문이 골대다. 승부차기로 끝내주지." 아소남이 공을 향해 달려든다. 원생남은 공중으로 몸을 날려 공을 잡고 바닥에 구른다.

"자, 이제 내 차례지?" 원생남이 툭툭, 몸을 털고 일어나다 말고 공을 들여다본다. "뭐, 뭐야? 이거."

공이 갑자기 원생남의 손을 벗어나 그의 웃도리 안으로 들어간다. 원생남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다.

아소남이 달려가 보니, 원생남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아소남은 얼른 원생남의 웃도리에서 공을 꺼낸다. 공의 두꺼운 가죽 아래서 뭔가가 꿈틀거린다.

손가락. 고사리 같이 작은 손가락들이다. 손가락들이 가죽 안을 할퀴면서 축구공을 뚫고 나와 금방이라도 아소남의 목을 움켜잡을 듯 맹렬하게 움직인다.

아소남은 파랗게 질려 공을 떨어트린다. 손 하나가 어깨를 잡는다. 아소남은 소스라쳐 넘어진다.

"푸하하. 뭘 그리 놀라나? 1408 입주 기념 납량특집이다. 역시, 난 연기파야. 더운데 무슨 축구냐. 들어가서 빵이나 먹자."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의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을 실은 '라이프'지 1996년 
6월호.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의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을 실은 '라이프'지 1996년 6월호.

원생남이 낄낄 대며 공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아소남은 눈을 깜박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둠이 내린 바깥에 비해 밝은 집안은 평온해 보인다. 아소남은 홀린 듯 현관으로 들어선다. 그의 등 뒤에서 문이 스르륵 닫힌다.

식탁 위에 먼지가 얇게 앉아 있다. '집을 오래 비웠나 보네' 하고 중얼거리며 기록녀는 가방에서 일회용 물수건을 꺼내 식탁을 닦는다.

물수건이 지나간 자리에서 하얀 연기를 올라온다. 흠칫 놀란 기록녀는 물수건을 쥔 손을 내려다본다. 손바닥이 연기를 뿜고 있다. 뼈가 허옇게 들여다보인다.

"아악!" 기록녀는 물수건을 던지며 비명을 지른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소남과 원생남이 기록녀에게 달려온다.

"손바닥, 내 손바닥이 타고 있어!"

"무슨 소리야? 멀쩡한데. 쇼 하냐?"

원생남이 심드렁하게 내뱉는다. 기록녀는 또 한 번 놀란다. 손이 멀쩡하다. 아소남이 기록녀의 손을 유심히 바라본다. "이 집,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아까 나도..."

↑가축 집단사육을 비판한 애니메니션 
'미트릭스2'의 한 장면. ⓒ프리레인지스튜디오
↑가축 집단사육을 비판한 애니메니션 '미트릭스2'의 한 장면. ⓒ프리레인지스튜디오

원생남이 가방에서 햄버거와 음료를 꺼내며 대꾸한다. "아깐 내가 장난 친 거라니까. 아, 배고프다. 먹자."

원생남이 햄버거를 꺼내 쩝쩝, 소리까지 내며 맛있게 먹는다. 아소남과 기록녀도 마지 못해 포장지를 푼다. 두툼한 고기패티 위에 소스가 먹음직스럽게 흘러내린다.

아소남이 한 입 베어물려는 찰라, 기록녀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햄버거를 내던진다. 양상치와 피클이 흩어지면서 고기패티가 튀어나온다. 패티 속에서 무언가 움직거린다. 짖이겨진 소머리, 돼지다리, 닭날개가 한데 뒤엉켜 몸부림친다.

아소남과 기록녀가 원생남을 뒤돌아보니, 원생남이 얼굴과 팔을 연신 긁어대고 있다. 피가 흐르는 지도 모르는 채... 거실의 흰 벽지에서 형광색 물질이 피어나와 그를 휘감는다.

아소남과 기록녀는 원생남의 팔을 잡아채 현관으로 뛰어나온다. 문고리를 잡아끌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설주와 문 사이에 엘모 인형이 끼어 있다. 인형의 눈에서 페인트가 눈물처럼 녹아 흐른다.

세 사람은 인형을 빼던지고 집을 뛰쳐나온다. 비바람이 몰아쳐 걸음을 옮기기 힘들다. 집 주변엔 인가도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소남이 전화번호를 누른다. 제주도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아소녀가 느긋한 목소리로 아소남을 반긴다.

"아소녀, 너희 집 이상해. 1408번지 맞아?"

"아니, 14-8번지인데. 우리 동네엔 1408번지가 없어."

아소남이 뒤돌아보자, 그들 뒤에는 집대신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반환경ㆍ반인권 상품

우리는 다른 사람, 다른 동물의 고통이 담긴 제품들 속에서 일상을 산다. 이런 제품들은 우리 몸은 물론 우리가 사는 자연의 건강에도 해롭다.

1998년. 월드컵 축구공이 일당 300원짜리 파키스탄 어린이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축구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1620회를 바느질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는 '집단사육 고기'를 사용한다. 좁은 우리에서 집단사육되는 가축은 저항력이 떨어지는데다 빨리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항생제,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투여된다는 의혹이 인다. 그 영향은 고기를 먹는 사람한테도 전달될 수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의 벽지ㆍ건축자재에선 벤젠ㆍ톨루엔ㆍ클로로포름ㆍ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비판이 높다. 이 때 생기는 '새집 증후군'은 두통, 간지러움부터 심한 피부트러블까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표백제를 사용한 펄프를 원료로 하는 제품들에서는 다이옥신·퓨란·DDT 등 환경호르몬이 발생된다. 대표적인 제품은 기저귀와 생리대. 일회용생리대는 생리통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이들이 놀다가 입에 물기도 하는 장난감에 납이 과다 사용되면 중금속 중독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1일에는 피셔프라이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장난감 '엘모', '쿠키 몬스터' 등 83종에서 납 함유가 표시되지 않은 페인트가 사용된 것이 밝혀져 판매가 중단됐다. 피셔프라이스는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의 자회사다.

마텔코리아는 "마텔 본사가 4월19일부터 7월3일까지 중국의 모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리콜했다"며 "국내 판매 제품 중 리콜 대상은 없으므로 국내 소비자는 안심하셔도 좋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