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소비]<3-1>반쪽이의 고물자연사박물관

체감온도 낮추는 쿨정장
에어컨등 전기사용 줄여
자연살리고 몸에도 좋아
"선생님~, 사슴이 왜 울어요?"
"여자친구를 못 만났나봐."
"와하하~"
아이들은 아소남(가명, 29세)의 설명을 기다리지 않았다. ‘옷걸이로 뿔 달았네’, ‘냄비뚜껑 손잡이가 눈이네’ 하면서 제각각 자기 짝한테 재잘댄다. 다음 작품은 ‘새만금 게떼’. 아소남은 ‘이거다’ 싶어 설명에 들어간다.
"얘들아, 이 게들이 어디로 가고 있네? 어디로 가고 있을까?"
"집에요~."
"응~. 맞아, 얘네들은 새만금 게들이야. 사람들이 새만금 개펄을 없애버려서 집을 찾아서 가고 있어."
새만금 문제를 설명하려는데, 아이들은 벌써 다음 작품으로 몰려가 있다. 아이들, 다루기가 쉽지 않다. 너트와 자동차조인트가 개미핥기가 되고 우산살이 귀뚜라미가 된 건 재밌어 하면서도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는 당최 들으려 하지 않는다.
"웬 한숨?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아소녀(가명, 27세)가 아소남의 어깨를 살짝 친다.
“어? 아소녀? 출근 안 했어?”
“반쪽이 고물자연사 박물관을 우리 회사가 협찬했잖아. 궁금해서 와봤지.”
“아~, 안내장에서 너희 회사 로고 봤어. 사회공헌팀이 이런 전시회도 돕는구나.”
“응. 소외층 지원부터 친환경이나 문화활동 지원, 지금처럼 장마철일 땐 긴급구호 활동도 해. 사회적기업도 지원하고. 참, 이번주 토요일에 쏘시얼벤처대회 워크숍 있다면서. 준비 잘 되어가?”
아소남은 내심 기쁘다. ‘아소녀가 자기 일에 바빠 내 일은 도통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더니…' 아소남이 설명하려는 순간, 아소녀가 엘리베이터 쪽을 보면서 반색한다.
"어머, 완 대리님. 여기 웬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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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앞을 돌아보니, 훤하다. 한 남자가 고르고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하늘색 줄무늬 셔츠에 달린 흰 옷깃이 구리빛 윤기가 도는 얼굴에 빛을 더한다.
흰 바지에 맨 연갈색 벨트는 싱그럽게 늘씬한 그의 허리를 강조한다. 감청색 재킷을 걸치지 않았다면 직장인이 아니라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한다.
“행사 끝나서 들러봤어요. 아소녀씨는?”
“궁금해서 와봤죠. 점심시간도 됐고. 그런데, 구두가 바뀌었네요? 연갈색이 소화하기 힘든 색인데, 역시 패션 리더다우셔. 참, 이쪽은 제 학교선배 아소남이에요. 오빠, 우리 팀 완소남 대리님이셔.”
아소남은 어색하게 손을 내민다. 완소남은 “말씀 들었어요”하면서 다시 활짝 웃는다. 아소남은 어쩐지 주눅이 든다. 도슨트(전시회 도우미) 자원봉사를 하느라 입은 파란 반팔 셔츠가 새삼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소녀와 완소남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아소남의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다. ‘아소녀는 이 남자와 매일 보겠구나. 나는 직업도 없고 옷도 후줄근한데.’
그날밤, 아소남은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본다. 화면엔 미완성의 사회적기업 사업계획서가 띄워져 있다. 아소남은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 쇼핑몰로 들어간다.
완소남이 입었던 쿨비즈 정장은 한 벌에 80만원. 아소남의 두달 생활비다. 통기성이 뛰어난 여름용 재킷만도 30만원. 체감온도를 낮춰준다는 여름용 정장은 거의 60만원에 가깝다. 한숨이 나온다.
아소남은 다시 일에 몰두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한테 시달리느라 쌓인 낮의 피로가 몰려온다. 아소남은 자신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린다.
꿈 속에서 아소남은 인천공항에 서 있다. 지금 막 비행기에서 내린 모양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본다. 내려다 보니 그는 완소남처럼 편안하고 세련된 쿨비즈 룩을 입었다. ‘아, 그래. 나는 사업에 성공했지.’
좋은 일하면서 돈 벌고, 돈 벌어서 사회에 좋은 일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한국의 욘족(yawns=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이라고 부를 것이다.
입국장으로 나서니 아소녀가 달려와 팔짱을 낀다. 꿈 속에서도 반가운 얼굴. 아소녀가 그의 팔을 꼭 껴안으며 말한다.
"보고 싶었어. 내 남자."

◇기사와 그림에 등장하는 장소와 제품들.
19일 시작한 '반쪽이의 고물자연사박물관'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8월 13일까지 열린다. 관람요금은 중학생 이상이 6000원, 초등학생 이하가 5000원. 30인 이상 단체는 20% 할인된다. 단체관람 신청은 환경재단(02-2011-4366)으로. 입장료 수익 전액은 환경기금으로 기부된다.
쿨비즈룩은 각 브랜드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 갖춰놨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 신사복 코너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마에스트로(www.masestro.co.kr)는 시원한 촉감, 구김 없는 원단, 최소화된 부자재 사용으로 시원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쿨 컬렉션'을 판매한다. 가격은 수트 80만원 대.

로가디스(www.rogatis.com)는 모심을 최소화하고 어깨패드 두께를 줄여 가볍고 통기성, 청량감이 뛰어난 ‘프리미엄 언컨수트’를 70만원대에 판다. '언컨재킷'은 30만원대.
갤럭시(www.galaxy.co.kr)는 온도조절 기능이 있는 마이크로캡슐로 쾌적한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애니수트’를 39만원대에 판매한다.
맨스타(www.manstar.co.kr)는 어깨와 허리쪽에 작은 특수 입자를 삽입해 체감온도를 0.5~1도 내려주는 ‘에어컨 수트’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39만원~60만원대.
최근에는 지오다노, 노튼, 행텐, NII 등 캐쥬얼 매장에서도 쿨비즈룩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