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아소녀 '사업아이템 유출사건'

탐정 아소녀 '사업아이템 유출사건'

이경숙 기자
2007.07.27 10:49

[쿨머니, 아름다운소비]<4-1>한국쏘시얼벤처대회

[편집자주] 돈, 아껴야 잘 삽니다. 하지만 잘 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쿨머니, 아름다운 소비' 캠페인이 여러분께 새로운 소비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가상의 인물 '아소녀(아름다운 소비녀)', '아소남(아름다운 소비남)'과 함께 가치를 생산하는 소비자가 되어 보시겠습니까?

아소녀는 방문을 열고 들어서다 흠칫 멈춘다. 방안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아소남은 팔짱을 끼고 탁자만 바라본다. 원생남은 손가락에 볼펜을 끼고 신경질적으로 돌린다. 기록녀는 종이에 ‘역사’, ‘여행’이라는 글자를 반복해 쓴다.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침묵을 깨고, 아소남이 입을 연다. “우리 아이템을 바꿀 순 없어.”

원생남이 버럭 소리친다. “말도 안돼. 똑같은 아이템이 두 갠데, 상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기록녀가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대회 사무국이 두 팀 모두 멘토링 워크숍에 부른 건 이유가 있을 거야. 뭔가 다른 점이 있겠지.”

다시 침묵이 흐른다. 아소녀는 추측한다. 아소남이 결성한 '역사투어'팀은 오늘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쏘시얼벤처대회 멘토링 워크숍에 갔다. 거기서 이들과 같은 사업 아이템으로 출전한 다른 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최초의 러시아 이주한인 ⓒ동북아평화연대
↑최초의 러시아 이주한인 ⓒ동북아평화연대

회사의 전략기획팀 출신인 아소녀는 아소남의 부탁으로 역사투어팀의 사업계획서 작성을 돕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는 역사여행. 한민족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도 공부하고 해외 한민족의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주력상품이다. 여기서 얻은 수익 일부는 저소득층 아동들의 역사여행 지원에 쓰기로 했다.

원생남이 아소남과 기록녀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아이템은 같을 수도 있어. 그치만 여행 루트까지 같다는 건 말이 안 돼.”

원생남은 이번 국내대회에서 상을 받아 내년에 미국 혹은 영국에서 열릴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설사 '역사투어'팀이 국내 대회에서 탈락하더라도 명문대 경영대학원생인 그는 다른 팀에 합류해 세계대회에 나갈 수 있다.

세계대회에 출전하려면 경영대학원에 재학하거나 졸업한지 2년 이내인 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소남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대회 사무국으로부터 원생남을 소개 받았다.

“그래, 그건 좀 이상해. 아까 멘토 선생님이 물어보셨지? 러시아 연해주에서 여행을 시작해 중국으로 넘어오도록 루트를 짠 이유가 있냐고. 그건 저쪽 팀도 우리처럼 연해주를 첫 여행지로 잡았단 뜻이야. 우리 아이디어가 유출된 것 아닐까?”

아소남은 원생남과 기록녀 한 명 한 명의 눈을 번갈아 바라본다. 두 사람의 낯엔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기록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기록녀는 학보사 기자로선 나름대로 베테랑이라고 자부하는 3학년 간부다. 그는 아소남이 청년회원으로 활동하는 동평, 즉 동북아평화연대를 취재하러 갔다가 사업 얘기를 듣고 팀에 합류했다. 아직 대학생인 그는 사업보다는 여행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세 사람이 팽팽한 침묵 사이로 “저기요” 하고 아소녀가 끼어든다. “혹시, 세 사람 중에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하는 사람이 있나요?”

세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아소녀가 다시 묻는다. “혹시 역사나 여행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올리시는 분은요? 한민족 역사라든가, 유라시아 현지 소식이라든가.”

세 사람이 서로 얼굴을 바라본다. 아소남과 기록녀가 손가락을 세워 든다. 아소남이 말한다. “내 블로그엔 연해주 고려인이나 중국 조선족 역사 이야기를 정리해놨어. 동평의 현지 활동소개나 활동가들 최근 소식도 있고. 기록녀는 여행 카페를 운영해. 고려인 마을 탐방기도 올라 있고.”

↑우수리스크의 발해
유적지(위)와 끄레모바
희망마을(아래) ⓒ동북
아평화연대
↑우수리스크의 발해 유적지(위)와 끄레모바 희망마을(아래) ⓒ동북 아평화연대

아소녀가 손끝으로 탁자를 탁탁, 두드린다. “두 사람 블로그는 ‘서로 이웃’ 상태인가요? 아소남, 혹시 기록녀의 카페 회원이야?”

아소남과 기록녀는 서로 바라보며 ‘둘 다’ 라고 말한다. 원생남이 번쩍 눈을 크게 뜨며 소리 친다. “맞다! 누군가 여행 사업을 준비하려고 기록녀 카페로 들어왔고, 거기서 아소남 블로그로 넘어와서 고려인과 조선족 이야기를 읽은 거야. 거기서 우리 사업아이템도 눈치 챈거야.”

아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고의는 아닐거에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거든요. 비슷한 정보를 가지면 비슷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죠. 그래서 큰 기업들은 사업 기획 때 수집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다루죠.”

원생남이 “그러면, 블로그 때문에 우리 아이디어가 유출됐단 말이야?”하고 되묻는다. 기록녀가 고개를 떨군다. 아소남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아소녀가 "아이디어 유출이 사태의 본질은 아니에요"라며 말을 꺼낸다.

“정보만 보고도 남들이 유사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미 그건 차별성이 없는 아이템이에요. 쏘시얼벤처대회는 사업의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혁신성, 실현가능성을 평가한다고 했죠? 아이디어 유출이 안 됐다면 우리가 수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깊은 침묵이 방안을 채운다. 원생남은 불만스럽게 턱을 괸다. 아소남이 갑자기 “그래!”하며 벌떡 일어선다.

“동평 사업 중에 고려인의 자연농업을 육성하는 것이 있어. 우리 사업에 공정무역 사업을 결합시키는 건 어떨까? 고려인, 조선인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기록녀가 “대회 멘토 중에 무역회사 하시는 분이 계시던데"하고 거든다. 원생남은 "자연농업이면 친환경제품 붐을 탈 수도 있겠어"하며 컴퓨터를 켠다. 아소녀는 아소남에게 찡긋 윙크를 보낸다.

◇기사에 등장한 아이템들

제2회 한국쏘시얼벤처대회(www.socialventure.or.kr)는 7월 19일부터 22개팀의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영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시작했다. 멘토링을 받지 않더라도 10월 7일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심사기준으로 재무적 모델의 엄격성과 목표의 타당성, 사회적 목표의 달성가능성, 자본유치 가능성, 사업의 성장가능성을 주로 본다. 출전팀을 꾸릴 땐 겨영 전문가나 기업가를 포함시킬 것을 권장한다.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www.wekorean.or.kr)는 8월 21일까지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이며, 부여ㆍ고구려ㆍ발해 등 한민족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러시아 연해주에서 '동북아 청소년 평화학교'를 연다.

이 단체는 연해주 자연농 청국장을 판매해 고려인을 돕는 공정무역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1937년 구 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던 러시아 고려인들은 연해주로 돌아와 자연농업을 통해 재정착하고 있다.

연해주 청국장은 동북아평화연대(02-959-7050)나 인터파크(www.interpark.com), 꽃피는 아침마을(www.cconma.com)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운영하는 공정무역 쇼핑몰 페어트레이드(www.ecofairtrade.co.kr)에선 네팔에서 들여온 의류, 생활용품, 커피를 판매한다.

↑한국쏘시얼벤처대회 참가자가 경영전문가에게 멘토링을 받고 있다. ⓒ한국쏘시얼벤처대회
↑한국쏘시얼벤처대회 참가자가 경영전문가에게 멘토링을 받고 있다. ⓒ한국쏘시얼벤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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