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놓고 한국은행이 씁쓸한 뒷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한은은 시중의 과잉공급된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두 달 연속 콜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습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콜금리 동결론'과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서브 프라임'보다는 '시중 유동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공교롭게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BNP파리바의 환매중단 결정이 발표됐고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국내 주식시장도 주가가 1600선까지 밀리는 등 대혼돈에 크게 출렁였고 뒤이어 한은의 시장 예측과 조사분석력에 의구심이 간다는 보도가 잇따랐구요.
한은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장안정을 위한 제스처에 나섰지만 별 감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서브 프라임 쓰나미에 빠져 있던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였습니다. FRB가 지난 17일 재할인율 인하조치를 단행하면서 시장은 급속히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미국의 7월 내구재 수주가 예상(1.5%)보다 큰 폭인 5.9% 증가하고 신규주택판매도 예측치(82만채)를 웃도는 87만채로 집계됐다는 소식은 시장을 더욱 안정시켜 결과적으로 FRB의 결정을 한층 빛나게 했습니다.
여기에 FRB가 투자 적격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재할인율 창구에서 담보로 받아주겠다고 하자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어음(CP) 시장의 경색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FRB의 결정을 환영했구요.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누누이 말했지만 한은의 결정은 시장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조치였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이 돼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태발단의 전후에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콜금리 인상결정과 FRB의 재할인율 인하결정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후 벌어진 여론의 엇갈린 반응은 한은을 씁쓸하게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