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스닥, 철새들의 고향?

[기자수첩]코스닥, 철새들의 고향?

송선옥 기자
2007.09.30 18:04

"안녕하세요? 00사 재무이사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아, 그런데 저는 00사에서 **사로 옮겼습니다."

공시 내용 확인을 위해 알고 있던 00사 재무이사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다른 회사로 옮겼다 한다. 내친 김에 00사 부사장에게도 전화를 했더니 이미 회사를 떠나 다른 곳에서 둥지를 튼지 오래다.

이들은 한때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전주'의 핵심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직은 그들의 '작전'이 끝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

작전주로 의심받던 경영진들이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일 게다. 엔터 바이오 로봇에 이어 최근 자원개발까지 각종 테마로 주가를 한껏 끌어올린 뒤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면 슬그머니 무대에서 내려오는 일이 너무 많다.

어떤 코스닥사의 사장은 자원개발이라는 신사업으로 회사를 완전히 바꾼 후 매각했다. 이후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바탕으로 '돈도 벌고 형색도 좋은' 명품사업을 시작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엔터 관련회사들의 재무담당 임직원들을 만나보면 그 이력이 화려하다. 거치지 않은 상장사가 없다. 이들은 대부분 "그나마 회사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나왔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곤 한다.

코스닥시장이 작전주의 요람,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철새들의 고향'이라는 비아냥은 근거없이 나오는 게 아니다.

이들은 떠나면 그 뿐이지만, 개인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처철한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철새처럼 북쪽이나 남쪽으로 가지도 못하고, 급락한 주식을 던지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할 뿐이다.

물론 회사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경영을 맡아 더 잘 꾸려간다면 이같은 이동을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발전 가능성과 가치증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치다 어느순간 "난 떠났어. 아무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아 문제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똑똑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철새들의 농간에, 작전세력들의 화려한 사탕발림에 녹아나는 개미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철새들의 '내공'이 남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투자자들이 지닌 '대박 환상'을 교묘히 이용해 투자자가 아닌 자신들의 대박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작전세력의 근절은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더 똑똑해져야 가능할 것이다. 제아무리 경고해도 늘 허사다. 개인투자자들의 내공이 커져야 작전세력이 발붙일 언덕이 줄어들 텐데…." 한 코스닥 관계자의 말은 개인투자자에 대한 불신과 기대가 한데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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