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
"너무나 스페서픽(구체적인)한 질문이어서 대답할 수 없다"
로리 나이트 옥스퍼드 메트리카 회장은 27일 기자간담회장에서 이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어렵게 허락(?)받은 10분의 기회였는데, 나이트 회장은 너무나 쉽게 떠나갔습니다.
기자의 질문은 "한국 대기업도 많은데 왜 코스닥시장의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습니까"였다.
옥스퍼드 메트리카는 이번 투자로 해당 코스닥상장사(세라온)의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일까요.
옥스퍼드 메트리카가 400억원 투자를 밝힌세라온홀딩스는 투자내용 발표전부터 상한가로 치솟아 닷새연속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더 많은 내용을 밝힌다면 관련 상장사의 주가가 또 어떻게 튈지도 모른다는 기우였을까요.
옥스퍼드 메트리카는 세라온의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AIM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또한 세라온 외에 20개 이상의 국내기업에 총 5억불 규모 투자를 하고 이들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알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자산규모 8조원의 영국 벤처캐피탈사가 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라온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나이트 회장도 "7년간 한국기업들의 조사업무를 지속하며 진입기회를 노리다가 최근 한국시장의 규제 완화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최근 세계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한국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이트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위해 제휴사 회장과 통역을 뿌리쳤습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유는 "인터뷰 도중 중요사실이 누설될까"였다고 합니다. 인터뷰가 시작됐을 때도 '일반적인'(말하자면 그다지 중요하지도, 민감하지도 않은) 질문만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기회를 줬는데도 못잡다니 유감이다"라며 인터뷰를 빨리 마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황망히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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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돌발행동은 해당 회사의 미래 전망에 확신을 갖고 투자하지만 뉴스 하나에 빠르게 움직이는 코스닥 투자자들의 투자행태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아닐까요.
달리 보면 이날 해프닝은 DR 발행가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널리 알려 효과를 높이려는 해당 회사측과 DR 발행가를 낮춰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한 외국계 벤처캐피탈사간의 '기싸움'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처음 예정됐던 것보다 줄어든 기자간담회 규모와 이전의 보도자료와 다를바 없는 간담회 내용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단순히 '신경질적이고 그릇이 좁은' 회장이 일으킨 해프닝이라면 괜찮지만 혹시 한국 시장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접근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아스러웠습니다. 수억원이 오가는 냉혹한 투자시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한 회사를 믿지 못하고 '기싸움'의 인상을 풍긴 기자간담회는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