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을 깨고 싶다고요?

돼지저금통을 깨고 싶다고요?

황숙혜 기자
2007.10.30 12:37

[꾸러기투자교육]만족지연과 장기투자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선 남들보다 똑똑할 것 같아요.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남다른 두뇌를 타고 나지 않았을까요. 주가는 한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 뿐 아니라 각종 경제지표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요소까지 모두 반영한 것인데 이걸 다 정확하게 분석해서 수익을 낼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겠어요.

판단력도 빠지지 않을 것 같네요.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논리에 충실하게 실행하는 능력도 투자 성패를 가르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자질이겠죠.

또 뭐가 있을까요. 용기도 필요하겠죠? 머리속으로만 고민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자세도 뒷받침되어야 할 거예요.

이밖에 남다른 감각과 정보력 등등 따지고 들어가면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가진 재능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 싶어요.

그런데 이 모든 요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것이 따로 있다네요. 혹시 들어봤나요. 투자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얘기 말이에요.

투자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학교에서 어느 선생님이 "공부는 머리 좋은 녀석보다 엉덩이 무거운 녀석이 잘하는 법"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그 말은 끈질기고 집요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머리 좋은 학생을 이긴다는 뜻이었는데 그럼 투자도 끈질기게 해야 한다는 뜻일까요? 투자를 끈질기게 한다? 원금에서 손실이 나도 꿋꿋하게 시장에서 버티라는 뜻일까요?

어렴풋하게나마 주식을 사 놓고선 매 순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주가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진득하니, 초심대로 밀고 나가는 식의 투자라고 짐작했다면 맞게 짚은 거예요. 원칙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하라는 얘기죠.

중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기업의 성장과 함께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아주 단기적으로, 매일 또는 매시간 주가를 보면 끊임없이 크고 작은 굴곡을 만들어요. 때로는 주식시장에 뜬금없는 소문이 돌면서 갑작스럽게 주가를 끌어내리기도 하지요.

이럴 때 마음이 약한 투자자라면 어떨까요. 제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중장기적인 기업의 실적 향상에 확신을 가지고 주식을 샀다고 해도 사람인지라 흔들리는 주가를 따라 투자심리도 흔들리기 마련이랍니다.

그런데 오르락 내리락 하는 주가를 보고 시시각각 마음이 흔들린다면 처음에 계획했던대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주가가 좀 떨어지면 불안해서 팔아버리고, 그러다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으면 다시 사는 식의 단기적인 매매를 하다가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가 없겠죠. 뿐만 아니라 거래에 들어가는 수수료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래서 어떤 투자자들은 아예 주가를 확인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대요. 전혀 안 보진 않겠지만 적어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을 확인하면서 갈등하는 일은 하지 말자는 뜻이죠.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에요. 펀드 수익률은 개별 종목에 비해 변동성이 완만하지만 주식시장의 등락을 보면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아무리 애써도 장기투자자를 이기기는 힘들다고요. 투자 판단을 잘못 내려서 점점 망해가는 기업의 주식을 샀을 때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보면 장기투자의 효과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 증시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이기도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투자를 할 때 긴 안목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휘둘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매일 수익률인 변하는 주식이나 펀드 뿐만이 아니에요. 정해진 이자를 고정적으로 받는 적금조차도 만기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인내심이 부족한 대표적인 사례죠.(물론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는 다르겠지만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죠?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고통이 따르지만 목표했던 바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이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에요. 자산을 늘려가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독하게 마음 먹고 3년 만기 적금을 들었는데 1년이 지나면서부터 지겨워져요. 돈도 웬만큼 모였고, 돈 쓸 일도 여기저기서 생기는데 그냥 깨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요. 그래서 적금을 해약해 버리면 3년을 채웠을 때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열매는 결코 맛볼 수 없겠죠. 펀드 투자도 같은 이치에요.

마시멜로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 봐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가 4살짜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한 이야기 말이에요.

미셸 박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씩 나눠주고는 15분 동안 먹지 않고 견디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제안하죠. 당장 먹고 싶겠지만 15분만 참으면 한 개가 더 생기는데도 1/3의 어린이는 과자를 먹어버리죠.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끝까지 먹지 않고 참아서 보너스를 얻었죠.

이 이야기에 함축된 골자는 당장의 욕구를 희생(지연)할 줄 아는 어린이가 훗날 자라서도 사회적인 능력이나 성취력, 스트레스 대처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에요.

이걸 투자에 적용해서 마시멜로를 투자 자산이라고 생각해봐요. 적금이나 펀드를 해약해서 당장의 욕구를 충족시키면 기분이 좋겠죠. 그렇지만 그 만족을 좀 뒤로 미루고 인내하면 나중에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돼지저금통이 절반 정도 차면 깨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죠? 조금만 참아 봐요. 저금통을 동전으로 꽉 채우고, 잔뜩 무거워진 돼지의 배를 갈라 저금한 돈을 셀 때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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