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부펀드가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에서는 워런 버핏을 압도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하지만 국부펀드가 투자한 씨티와 메릴린치의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함께 지분율이 희석되는 쓰라림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투자공사를 비롯한 국부펀드들은 씨티와 메릴린치 등 월가 투자은행의 전환우선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전환우선주는 높은 배당율을 적용받고 일정 기간이 지난후 보통주로 전환받을 수 있어 괜찮은 조건이다.
씨티 등 월가 7대 투자은행은 지난해 7월 신용위기가 시작된 후 약 5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중동과 아시아의 국부펀드와 금융회사들로부터 지원받았다.
일례로 한국투자공사는 20억달러 상당의 메릴린치 전환우선주를 인수해 연 9%의 배당을 받고 2년 9개월이 경과하면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버핏도 지난 87년 비슷한 투자를 했다. 버핏은 당시 경영난에 허덕이던 증권사 살로몬에 7억달러를 투자했다. 배당금은 연 9%. 당시 미국 기준금리 보다 1.75%포인트 정도 높았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 투자한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평균 배당율은 11%로 현재 기준 금리인 3.5% 보다 무려 6.5%포인트 높은 조건이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씨티그룹에 투자한 대가로 받은 연 배당률 11%는 씨티의 채권 투자자들이 확보하는 수익률의 배에 가깝다.
또 한 가지 버핏 보다 나은 점은 향후 주가 전망이다. 버핏은 살로몬에 투자한 대가로 연 9%의 배당 외에 큰 투자 성과는 얻지 못했다. 이후 10년 동안 S&P500지수는 300%, 코카콜라 주가는 1000% 올랐지만 살로몬의 주가는 고작 138% 상승하는데 그쳤다.
국부펀드들은 이번 투자로 주요 주주 지위까지 획득하는 등 여러가지로 이점을 챙겼다.
이 때문에 국부펀드에 대한 월가의 시선에는 경계심이 잔뜩 묻어난다.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동시에 급박히 터지면서 기존 주주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런던 씨티대학 경영대학원의 피터 한 교수는 "투자은행들의 지분 희석은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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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세인트존대학의 앤소니 사비노 상법학 교수는 "국부펀드들은 많은 돈으로 무장하고 정석 투자를 하고 있다. 정말 버핏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전세계적으로 '버핏'이 늘어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주들의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낮아지는 것도 걱정이다. 오펜하이머앤코의 메레디스 위트니 내얼리스트는 "투자은행들이 국부펀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큰 비용을 치렀다"면서 "씨티와 메릴린치의 경우 주당순이익이 20% 줄어드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