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프세요" 수화로 묻는 한의사

"어디 아프세요" 수화로 묻는 한의사

김명룡 기자
2008.03.25 09:07
'어디가 아프세요?'를 수화로 표현하고 있는 강진호 다올한의원 서울대점 원장
'어디가 아프세요?'를 수화로 표현하고 있는 강진호 다올한의원 서울대점 원장

한의사는 손으로 대화한다. 머리카락 한 올 크기 정도의 혈자리를 찾아서 꽂아야 하는 침이 그렇고 신체의 이상을 미세한 진동으로 느끼는 진맥이 그렇다.

한의사들의 손이 한 가지 대화를 한다면 강진호 다올한의원 서울대점 원장(왼쪽 사진)의 손은 두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손으로 진맥을 하고 침을 놓는 것은 물론이고, 수화로 언어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강 원장이 수화를 처음 배우게 된 것은 지난 99년. 대구에서 학교를 다닌 그는 우연히 버스에서 수화로 대화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부부를 보게 됐다. 부유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그들의 미소에는 손짓의 언어가 있었다.

그 미소에 반해 대학내에 수화 동아리를 만드는 것을 주도했다. 당시 수화를 배우는데 열중할 때는 수화로 말을 건네는 꿈을 꿨을 정도라고.

그는 '한의사가 수화를 알면 의사소통이 불편한 이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관련 단체도 찾아갔다. 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를 떠날 때도 수화는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삶의 무게는 그의 수화를 무디게 했다. 대학 졸업후 공중보건의 생활과 대형 체인을 가진 한의원의 지역점에서 진료 의사로 바쁘게 보내면서 수화의 손놀림도 자연히 둔해졌다.

게다가 이비인후과 질환에 특화된 진료과목도 운신의 폭을 좁혔다. 형편이 어려운 고령의 언어·청각장애인들이 일반적인 침 치료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의 빡빡한 진료스케줄도 언어·청각 장애인에 대한 봉사활동을 등한시 하는 핑계거리가 됐다.

지난달 그는 운영하고 있는 한의원을 대학 선후배 등과 함께 다올한의원(대표원장 김정오)으로 간판을 바꿔 달며 독립했다.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에서 비만, 대사질환, 관절질환 등을 진료과목도 추가했다.

강 원장은 형편이 닿는대로 서울 관악구 등 지역사회의 언어·청각장애인들에게 진료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 관련 단체에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시간이 나는대로 이들을 찾아가 진료를 해줄 계획이다.

그는 "진료 환자수가 좀 줄어들더라도 지역사회 등 많은 분들이 주저없이 찾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한의원을 꾸리고 싶다"며 "장애인과 일반인간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주는 수화는 소통의 또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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