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목격자 노릇 톡톡..그러나 사생활 침해하는 존재될 수도

얼마전 일산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미수사건으로 온나라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다. 경찰의 무성의로 자칫 단순폭행으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영상 덕분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된 CCTV 영상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40대 남자가 10세 여자어린이를 흉기로 위협하며 마구 폭행하고 질질 끌고 나가는 장면이었다. 이 영상을 본 온국민은 분노했고, 경찰은 뒤늦게 CCTV에 찍힌 용의자 얼굴을 토대로 범인 검거에 나섰다.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도 안돼 검거된 범인은 상습 아동성폭행 전과자였다. 'CCTV가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했다.
CCTV 영상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은 이 사건만이 아니다. 종합병원 사물함에서 금품을 훔치던 범인도 CCTV 때문에 덜미가 잡혔고, 상습적으로 오토바이를 훔치던 부자도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CCTV 때문에 범행 1주일 만에 검거되기도 했다. 최근 성남에서도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아파트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해 판독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CCTV 영상이 용의자를 추격하고 검거하는데 유용하게 쓰이자 CCTV 설치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골목길에 설치된 방범CCTV는 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고, 최근 잇따르는 어린이 범죄사건을 예방하는데도 CCTV가 목격자 역할을 할 거라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568개 모든 초등학교 주변에 2010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CCTV 2140대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고, 고양시도 올해 75억원을 들여 초등학교 주변에 CCTV 100여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안양시 역시 23곳에 불과한 CCTV를 오는 11월까지 73곳으로 늘리고 군포시도 5월 안에 CCTV를 120대까지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대구시 부산시 광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CCTV를 설치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CCTV 인기는 '절정'이다.
그러나 CCTV 설치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마구 노출되는 CCTV는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다분하다. 숭례문 방화 용의자의 하루 일상을 추적하는 CCTV 영상을 들여다보면서 모골이 송연하기도 했다. CCTV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아파트 계단에서 입구, 사무실 내부와 복도 그리고 건물입구, 지하철, 버스정류장, 편의점, 대형 할인마트 등 CCTV는 나를 하루종일 촬영하고 있다. 단지 내가 모를 뿐이다.
이렇게 녹화된 장면을 악용한다고 해도 알 리가 없다. 그래서 한편으론 염려스럽다. CCTV만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칠 정도로 CCTV를 맹신하는 게 아닌가 해서 말이다. 사생활 보호구역으로 CCTV 설치가 엄격히 금지된 곳도 이런 기류에 편승해 불법녹화를 일삼을까봐 걱정도 된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CCTV가 사생활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면 결코 달가울 리 없다.